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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코끼리 / 정호완

등록 2008-06-11 17:46

짐승이름
몹시 어려운 일을 비겨 “코끼리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라 이른다.

백제 ‘금동용봉봉래산향로’에도 코끼리가 들어 있다. 현명하며 신중하고 신성함, 힘의 상징으로 코끼리는 우리 문화 속에도 자리잡고 있다.

흰코끼리는 석가의 화신으로도 통하는데, 어머니 마야 부인 꿈에 어금니 여섯 달린 흰코끼리가 부인에게 일렀다. “소자는 다생의 인연으로 부인께 잉태하오니 어여삐 여기소서!” 하면서 옆구리로 들어와 석가를 잉태하게 됐다는 이야기.

공자 제례를 ‘석전대제’라 한다. 이때 코끼리 모양 술항아리를 쓰는데, 이를 상준(象奠)이라 이른다. 힌두교에서는 코끼리가 거북을 밟고 우주를 등에 지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하는데, 거룩한 존재임을 상징한다.

코끼리를 옛말로는 ‘고키리’라 했다.(월인석보) ‘고’는 히읗 종성이 붙은 형태로서, 고ㅎ기리에서 고키리>코끼리로 바뀐다. 그러니까 이는 고(코)와 ‘길’에 ‘이’가 붙어 된 말이다. 말 그대로 ‘코가 긴 짐승’이다. 오늘날에도 고뿔 감기라 하거니와 여기 ‘고’는 고>코의 과정을 겪은 뒤에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갈치’가 쓰이지만 동시에 ‘칼치’가 함께 쓰임과 같은 경우다.

한자말이지만, 어느 분야에서 가장 선구적인 사람을 일러 비조(鼻祖)라 한다. 짐승이 어미의 태반에서 가장 먼저 그 모습과 기능이 활성화되는 조직이 코이기에 그렇게 쓴다. 그러니 코가 생명의 상징으로 떠오름 또한 이상할 것이 없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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