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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지나친 완곡 / 최인호

등록 2008-06-12 17:08

언어예절
말이 변하긴 하지만 두고 보기가 어려운 것들이 있다. 좋은 말을 버려놓는 노릇도 그렇다.

“옛날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그래서 평소 소신대로 방송 정책의 독립을 위해서 애써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자료실 많은 이용 바라겠습니다.” “고객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라겠습니다.”

흔히 보고 듣는 말인데, 뭔가 맞갖잖고 어설프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그 화근이 ‘-겠-’인 것을 짚어낼 수 있겠다. ‘-겠-’은 때(미래)를 전제로 ‘추측·예견·의지·가능성·능력’ 따위를 나타내는 서술 보조사다. 듣는이를 생각하여 말투를 누그러뜨리고자 할 때도 쓴다.

위 따온말들을, 될수록 부드럽게, 당장보다는 나중 어느 시점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 정도로 헤아려 읽을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바라다’는 ‘현재 의지’로 진행되는 것이지 현재를 뛰어넘은 ‘미래 의지’로 쓸 말이 아니다. 그냥 ‘바란다·바라네·바랍니다’로 써야 솔직하고 간곡해지며 자연스럽다. 같은 계열로 ‘희망하다·소망하다·원하다·기대하다·빌다’ 들이 있는데, 이들도 ‘-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옆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주신다면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문 좀 닫아 주시겠어요? 자네 좀더 열심히 해야겠어!”처럼 부탁·명령·판단이 개입될 때 ‘-겠-’을 쓰면 좀 간드러지고 조심스런 말투가 되지만, 잘못 쓰면 자칫 과공이 비례가 된다는 말을 듣는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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