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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정치적 임계상태 / 김지석

등록 2008-06-15 20:55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지구의 껍질인 지각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대부분의 지진은 이 지각판의 경계선 부근에서 발생한다. 지구 내부의 커다란 힘이 지속적으로 작용해 일정한 문턱값(threshold value)을 넘으면 지각판이 요동을 치면서 지진이 된다. 힘이 문턱값에 접근했을 때를 임계상태(critical state)라고 하는데, 이때 약간의 힘만 더해져도 규모를 예측할 수 없는 지진으로 발전한다.

임계상태는 지진·산사태·산불 등 물리적 현상뿐만 아니라 주식값 폭락과 사회구조 급변 등 사회현상에도 나타난다. 학자들은 임계상태가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여러 부분의 자체 활동보다 부분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지배적이어야 한다. 또 힘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되 각 부분에 충분히 스며들 수 있도록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아야 한다.

정치적 임계상태는 기존 질서가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약간의 힘만 적절하게 더해져도 기존 질서에 큰 균열이 생긴다. 굳건해 보였던 기존 질서의 관성과 복원력은 문턱이 뚫리는 순간 순식간에 힘을 잃는다. 일단 산사태가 시작되면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정치적 임계상태 부근에서는 기존 질서 주도자들의 대응이 아주 중요해진다.

최근 상황을 보면 정치적 임계상태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쇠고기 문제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이제 정부에 대한 여러 불만을 집결시키고 강화하는 용광로 구실을 한다. 다양한 집회 참가자와 정부, 각종 매체 등 이번 사태를 구성하는 부분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이미 아주 활발하다. 길지 않은 시간에 힘이 각 부분에 스며드는 데는 역설적이게도 정부의 근시안적 대처가 큰 몫을 했다. 촛불의 힘이 기존 질서 속에 머물지, 아니면 문턱값을 넘어 새 질서로 향할지는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태도에 달렸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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