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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안전한 먹을거리 찾는 법 / 권복기

등록 2008-06-17 19:40수정 2008-06-17 23:02

권복기  노드콘테츠팀 기자
권복기 노드콘테츠팀 기자
한겨레프리즘
전북 완주군의 어떤 축산농가들은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했던 대로 여물을 먹여 소를 키운다. 여물은 유기농산물에서 나온 쌀겨, 밀기울, 짚 등을 끓여 만든다. 소가 거닐 수 있도록 축사 공간도 넓게 마련했다.

충북 괴산군의 한축회라는 축산농가 모임도 비슷하게 소를 키운다. 이들 농가는 유전자조작이 되지 않은 재료로 만든 사료를 소에게 먹인다. 자신도 모르게 유전자조작 옥수수나 콩을 먹을 수 있는 사람보다 낫다. 항생제는 일체 쓰지 않는다. 두 곳에서 자라는 소가 누리는 ‘삶의 질’은 동물성 사료를 먹는 미국산 소와는 차원이 다르다.

경기도 화성군의 야마기시 공동체는 닭을 ‘인간적으로’ 키운다. 이곳의 닭은 널찍한 계사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란다. 공동체 사람들은 병아리를 계사에 넣을 때 모이를 가득 쌓아두고 그 위에 올려놓는다. 먹을 것이 풍부하니 느긋한 마음을 갖고 자라라는 뜻에서다. 닭 냄새가 견디기 어려운 다른 양계장과 달리 이곳 계사는 얼마나 청결한지 가까이 가면 향긋한 냄새가 난다. 닭은 생명체로 존중받는다. 이곳 사람들은 사료를 줄 때 계사 문을 열고 들어가 “사료 왔습니다”라고 말하고, 달걀을 꺼낼 때는 “달걀 가지러 왔습니다”라고 인사한다. 그렇게 대접받은 닭들이 낳은 알이라서 그런지 이곳의 유정란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녹색혁명을 추진했다. 정부는 비료와 농약을 대대적으로 보급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한 농민들이 있었다. 화학비료와 살충제 사용은 땅을 죽이고, 땅에 깃들어 사는 생명을 죽이고, 나아가 그 땅에서 자란 것들을 먹는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생각에서다. 대신 그들은 풀과 잡초를 뽑기 위해 논에서 허리를 숙이고 밭에 쪼그리고 앉아 손톱조차 자라지 않을 정도의 가혹한 노동을 견뎠다. 어떤 이들은 정부 시책을 거부한다며 빨갱이로 몰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이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초석을 놓은 정농회, 바른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모임이다.

전남 보성군 벌교의 농부 강대인씨는 벼와 대화를 나누며 농사를 짓는다.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조상들의 말에 따라 수시로 논을 찾아 벼에 인사를 나누고 잘 자라라고 격려한다. 유기농은 기본이다. 그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벼에도 사주팔자가 있다며 하늘의 기운에 맞춰 파종을 하고 수확을 한다. 그런 정성 탓인지 소출량도 많아 그는 유기농 벼농사의 달인으로 알려졌다.

유기농산물 도농직거래운동을 펴는 한 생활협동조합으로부터 들은 의사 이야기다. 한 소아과 개업의는 어느 날부터 자신의 병원을 찾던 ‘어린 손님’들 가운데 한 유치원의 원아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유가 궁금해졌다. 해당 유치원은 여전히 그 동네에 있었다. 그곳의 원아들이 다른 병원에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 유치원 관계자는 1년 전쯤 유기농산물 급식을 시작한 뒤 원아들이 감기에 덜 걸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생협에 가입한 이유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농사 철학과 원칙을 가진 농부들이 많고 그들이 생산하는 안전하고 몸에 좋은 농산물이 얼마든지 있다. 두레생협연합, 여성민우회생협, 한국생협연대, 한살림 등의 회원이 되면 이런 안전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 초록마을이나 신시 같은 유기농산물 매장에서도 살 수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 생협 회원이 되면 해결된다.

권복기 노드콘테츠팀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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