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유레카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검열 피하기의 재주꾼이었다. 17세기 유럽을 흔든 그의 베스트셀러 <두 가지 주된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1632)에서, 그는 태양중심설(지동설)을 직접 말하지 않고 ‘살비아티’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대화 형식으로 말한다. 또 태양중심설은 가설일 뿐이니 검열당국은 오해 말라고 거듭 강조한다. 서슬 퍼런 가톨릭 검열당국의 ‘요주의’ 대상이던 그가 “당국 검열 필”을 받고 이 책을 세상에 펴낼 수 있었던 건 이런 묘책 덕분이었다. 물론 출판 이후엔 종교재판에 휘말렸다. <대화>를 읽다 보면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오해 말라’는 당시 68살 노인의 재치에 빙긋 웃음마저 나온다. 돌려 말했지만 독자들은 그 뜻을 다 알았다.
갈릴레오가 떠오른 건 엉뚱하게도 요즘 일고 있는 ‘표현의 자유’ 논란 때문이다. 검찰이 특정 신문의 광고주들에 대해 누리꾼들이 벌이는 신종 불매운동을 수사하겠다고 나서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매운동 글들을 삭제하도록 하자 누리꾼들은 ‘다르게 말하기’의 묘책들을 만들어낸다. 광고주를 압박하는 대신 ‘칭찬’ 릴레이를 하거나 조·중·동 ‘살리기’ 운동까지 한다니 이들의 검열 회피술도 만만찮아 보인다.
이런 식의 검열 회피술은 듣는 이들이 자신들의 말뜻을 이미 널리 알 거라는 자신감과 여유에서 비롯한다. 돌려 말하건 거꾸로 말하건 속말의 소통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듣는 이가 속사정을 다 알기 때문이다. 말 단속을 하려면 당국은 이제 새 기준과 규칙을 더 세세히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다 막긴 힘들 것 같다. 검열당국은 말의 변신 속도보다 늘 늦게 막을 뿐이며 검열의 권위에 대한 불신만 키우면서 막을 수밖에 없다. 첨단 검열 기술로 ‘겉말’은 어떻게든 막는다 해도,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속말’까지 막을 길은 없기 때문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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