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인간광우병을 일으키는 감염성 물질인 프리온은 뇌, 척수와 같은 소의 광우병 위험물질을 직접 먹지 않더라도 엉뚱한 경로를 통해 섭취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표준적인 하수처리방식을 거친 후에도 프리온은 제거되지 않고 침전물인 찌꺼기에 대부분 그대로 남는다. 침전물은 종종 비료로 사용되며, 따라서 프리온은 도축장과 육가공 시설의 폐수를 통해 경작지에 전달된 후 농산물과 함께 사람들에게 소비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연구에서 밝혀낸 새로운 위험성이다. <네이처>는 이에 따라 환경을 통한 프리온 질병의 전염에 대한 전반적인 위해성 평가의 시행을 촉구했다. 현재의 하수처리 시스템으로는 프리온의 2차 오염을 막을 수 없다는 이 새로운 과학적 사실의 확인은 다음의 교훈을 거듭 확인해준다. 여러 형태로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위험물질의 유통은 사전에 봉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후쿠다 일본 총리가 일본의 쇠고기 수입조건 완화를 요구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식품의 안전을 지킨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과학적인 식견에 근거해 판단해 가겠다”는 의사 표명이나, 미국 연방법원이 30개월 이상된 캐나다 소 수입에 제동을 건 판결도 결국에는 이런 교훈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사전예방 원칙’을 우리도 쇠고기 수입에 적용시켰어야 하나 국민의 생명권을 한-미 자유무역협정보다 소홀히 여긴 결과 이명박 정부는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 그러면서도 ‘꼼수’와 ‘힘’으로 국민의 생각과 입을 막겠다는 ‘마음’가짐은 국민적 저항을 더욱 키웠다. 가뜩이나 1%를 위한 정책으로 더욱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이는 고통받는 국민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해 보려는 것처럼 보인다. 집권 석 달 만에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정권, 온갖 수모를 겪는 정치지도자가 과연 앞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이란 아집을 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쌓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뿐이다. 그러면 그가 무엇으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오랫동안 국내 굴지 재벌그룹의 건설회사 최고경영자로 활동한 그의 경력을 통해 그가 잘 아는 분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사회 전 분야에 부패를 전파하는 비리의 원천 구실을 해 왔다. 이건희 일가가 일부 가신들을 거느리고 삼성그룹을 통치해온 행태에서 보듯 온갖 불법과 탈법이 사주 일가의 치부를 위해 자행됐다. 삼성 이외에도 현대의 정몽구, 대우 김우중, 에스케이(SK), 대상, 두산 등 많은 재벌기업 사주들도 사법처리의 대상이었다. 이런 대기업의 부도덕한 속성과 수법을 잘 아는 이 대통령은, ‘마음’만 먹는다면 이들을 투명하게 이끌어내는 데 누구보다 적임자일 것이다.
건설 비리는 또다른 고질적인 병폐다. 투기세력의 한 축이며 비자금의 원천이라는 오명에도 건설족들의 파워는 뻥튀기 분양가로 임대도 되지 않는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하도록 만들 정도로 막강하다. 비단 대기업뿐 아니라 소규모 건설회사에서도 이중청구, 허위청구 등 불법적인 공사비 부풀리기에 고의적 부실공사가 다반사다. 건설업계의 비리 척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적임자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선진화’하기 위해 근절시킬 고질적인 사회악은 많다. 그중 몇 가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잘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선택하는 것이 그가 사는 길이다. 우리 사회를 더 힘든 나락에 빠뜨리는 것을 ‘사전예방’하기 위해서도 이제는 1%가 아닌 국민을 위하여 ‘마음’을 비우는 결단만 남았다.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선진화’하기 위해 근절시킬 고질적인 사회악은 많다. 그중 몇 가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잘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선택하는 것이 그가 사는 길이다. 우리 사회를 더 힘든 나락에 빠뜨리는 것을 ‘사전예방’하기 위해서도 이제는 1%가 아닌 국민을 위하여 ‘마음’을 비우는 결단만 남았다.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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