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유레카
북위 20도 부근 태평양 해상에서 뜨거운 바다 수증기가 솟구쳐 생기는 태풍은 한해 평균 27.4개꼴로 발생한다. 그중 3개 가량이 한반도를 향한다. 태풍 예보에선 태풍의 세기와 진로가 무엇보다 큰 관심사다. 태풍 진로에도 어떤 패턴이 있다. 북서진하다가 북동진하는 ‘포물선’ 진로는 태풍 지도에서 자주 보는 패턴이다. 태풍이 포물선을 그리는 건 태풍이 오른쪽에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강한 저기압인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을 침범하지 못한 채 가장자리 길을 따라 휘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고기압이 위축하면 가장자리 모양도 바뀌고 태풍 진로도 바뀐다. 제7호 태풍 ‘갈매기’가 예측과 달리 대만을 관통한 건 이 고기압이 갑자기 위축하면서 진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태풍 진로 예측은 쉽지 않다. 상층기류가 태풍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졌지만, 주변 기압 변화나 해수면 온도 같은 여러 변수도 진로를 바꾼다. 그래서 태풍 진로는 종종 기묘하다. 지난해 태풍 ‘크로사’는 대만에 상륙했다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 해상으로 빠져나갔다. 1994년엔 태풍 ‘왈트’가 한반도 주변에서 거대한 ‘하트’ 모양을 그렸고, 태풍 ‘더그’는 한반도에 상륙하기 직전에 거의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러 개의 태풍이 동시에 발생하면 예보관은 혼란에 빠진다.
지난 2006년 기상청은 그동안 230㎞나 됐던 ‘48시간 태풍 진로 예측 오차’를 202㎞로 크게 줄였다. 2007년엔 207㎞였다. 미국·일본의 오차는 2006년에 189㎞, 192㎞였고 2007년에 181㎞, 196㎞였다. 오차가 무려 200㎞ 안팎이나 된다는 건 진로 예측이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최근 국가태풍센터를 연 기상청이 올여름엔 이 오차를 얼마나 더 줄일 수 있을까?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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