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욱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
기고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올 상황이다. 서울시의원 수십명이 의장 선출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져 나오기 무섭게 부산·경기 등에서 유사한 의혹이 제기되고, 전국 각지 지방의회의 갖가지 추태가 연일 언론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솔직히 원인이고 대안이고 따질 것 없이 그냥 지방의회 문 닫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지방자치, 나아가 민주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게 아닌 바에야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없앨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고쳐 쓸 수 있겠는지 지혜를 모아볼 수밖에 없다.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이 문제는 어느 지역, 어느 당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재’를 만나 한나라당 질타에 여념이 없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지방의회도 별반 나을 게 없다. 소속 지방의원이 비리, 성추문에 이어 난투극까지 벌일 때 민주당은 무엇을 했는가.
또한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사실 언제나 그랬다. 제4기 자치단체장 중 3분의 1이 임기 절반도 채우기 전에 선거법 위반, 비리 등 혐의로 기소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마당이다. 역대 민선 단체장이 모두 위법행위로 중도 하차한 지역마저 여럿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새삼 한탄하고 분노하고 대책을 얘기했지만 지방자치 10년이 넘도록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이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입증되었을 뿐이다.
우리 지방정치가 이 꼴이 된 원인이 뭘까. 가장 큰 문제점은 내부 견제가 없다는 데 있다. 어느 지역은 어느 당 표밭이라는 식의 정치문화 속에서 ‘싹쓸이’ 지방선거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2006년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독식은 극에 달했다. ‘제식구’끼리만 모이다 보니 남의 눈 의식할 것 없이 마음 놓고 행동하는 것이다.
모든 지방선거에 정당 공천제를 시행한 것이 이런 현상을 심화시켰다. 중앙정치판 줄서기 등을 이유로 많은 이들이 반대했지만 당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합심한 정치권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결국 공천이 당락의 관건이 되면서 지방 정치인들은 주민보다는 당에 충성하고 사회 여론보다는 당 내부 논리에 초점을 두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려면 지방선거 정당 공천제를 재고하고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등 주민 의사를 실질적으로 대변할 수 있도록 지방정치 제도를 개혁해야만 한다.
나아가 정치권 내부 견제만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방행정과 의정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지방의회의 모든 의사기록, 검토자료 등을 반드시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고 모든 일이 흔적이 남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든 주민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야합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도적 개혁에 앞서 지금 당장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문책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철저한 수사와 예외 없는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부 사정기관마저 한통속으로 매도당해도 할말이 없지 않겠는가. ‘일벌백계’란 바로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다. 또한 비리 의원이 속한 정당은 당의 명예와 정치생명을 걸고 국민이 만족할 만한 문책과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기려 했다가는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로 얻은 권력을 철저히 악용한 집단으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다. 최인욱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
철저한 수사와 예외 없는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부 사정기관마저 한통속으로 매도당해도 할말이 없지 않겠는가. ‘일벌백계’란 바로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다. 또한 비리 의원이 속한 정당은 당의 명예와 정치생명을 걸고 국민이 만족할 만한 문책과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기려 했다가는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로 얻은 권력을 철저히 악용한 집단으로 낙인찍히고 말 것이다. 최인욱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