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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방송 인터넷 통제는 헌법 위반이다 / 김갑배

등록 2008-07-29 20:26

김갑배 변호사, 전 대한변협 법제이사
김갑배 변호사, 전 대한변협 법제이사
기고
절제되지 않은 권력행사는 남용되기 마련이다. 헌법에서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음을 선언하고, 권력분립 원칙에 의거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가권력이 작동되도록 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화방송>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제재 결정을 한 바 있다. 방송법 제33조(심의규정)에 의거해 규정을 정하고 그 규정에 의해 강제력 있는 제재를 한 것이다. 헌법은 헌법에 정해진 국가기관에 대통령령이나 규칙 등의 제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에 국민의 기본권에 직결되는 사항을 규정할 권한을 부여하고는 있지 않다. 또 심의·제재를 규정한 방송법 조항은 포괄위임 금지 및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제재조처는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그 제재조처의 명령을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징역형 등으로 처벌받게 된다. 이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된다. 이런 위헌적인 법령 등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으로 보인다.

정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명예훼손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요구하면 해당 글이나 동영상을 사이트 운영자가 무조건 임시삭제 조처해야 하고, 거부하는 운영자는 처벌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예훼손 여부는 법률전문가도 판단하기 쉽지 않은 분야이다. 그 표현이 공인에 대한 것이거나 공적 관심사인지, 구체적인 내용인지, 그것이 허위인지,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명예훼손 여부가 법원에 의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판단에 맡겨지고 그 요구에 따라 삭제하도록 하고, 거부하는 사이트 운영자를 처벌까지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침해임은 물론이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임이 자명하다.

또 정부는 인터넷 실명제 적용 대상 사이트를 크게 늘릴 방침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은 저술·창작·생각 등을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가 있다. 익명에 의한 표현을 금지한다면 중요한 사실이나 의견, 피해의 보고, 내부고발 등의 표현이 억압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에 익명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것은 집회 참가자의 신원 공개를 강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법리이다. 자기의 신원을 밝힐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표현 행위자의 자유에 속한다.

표현의 자유에서 중요한 것은 표현의 방법과 전파, 표현할 내용도 보호받는다는 점이다. 표현된 내용이 누구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상 보호를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이 허용되면 권력기관은 자신들에 반대되는 주의·주장을 허용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내 처벌하려 할 것이다. 그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피디수첩에 대해 검찰이 전담팀을 구성하여 대대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으며 이제 입법적으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인터넷을 자율이 아닌 강제력으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인터넷에서의 표현은 사람들이 숨 쉴 공간이기도 하다. 그 공간을 일일이 감시하고 규제하면 많은 사람들은 긴급조치 시대와 같이 숨이 막힐 것이다. 역사의 긴 흐름은 압제와 굴종에서 점차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 누구도 그 흐름을 억제하거나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다.

김갑배 변호사, 전 대한변협 법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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