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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이름과 권력 / 김지석

등록 2008-08-10 21:52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이름은 특정한 대상에 할당된 특정한 단어 또는 개념이다. ‘이르다’(謂)는 뜻을 가진 옛말 ‘닐다’에서 출발해 ‘닐홈’ ‘일홈’ ‘이름’으로 변해 왔다. 곧,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이르는 것이 이름이다. 이름붙이기는 의도적일 때가 많다. 이름을 통용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의 권력을 가진 것과 같다.

이름붙이기와 권력의 관계를 새삼 확인한 사례가 최근의 독도 표기 파문이다. ‘한국령’을 갑자기 ‘주권 미지정’으로 바꾼 미국 지명위원회의 잘못은 고쳐졌지만 ‘리앙쿠르 록스’라는 이름은 그대로 남았다. 이 이름은 독도가 완전한 한국 땅이 아니라는 미국의 인식을 나타낸다. 미국은 이 이름을 고수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에 두루 영향력을 유지한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다양한 이름붙이기를 통해 권력을 행사한 대표적인 나라가 북한이다. 취임 다음해인 2002년 국정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불량국가’이자 ‘악의 축’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해에는 ‘무법정권’으로 규정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005년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말을 썼다. 부시 대통령이 2006년 사용한 도둑정치(kleptocracy)에도 북한이 포함된다. 미국의 태도는 지난해부터 바뀌었다. 북한에 대해 새 이름을 추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전 규정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독도 표기 문제가 그렇듯이 이름 사용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라이스 장관은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민주주의 확산은 결코 외부로부터 강제될 수 없다고 했다.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각국이 스스로 민주주의 원리를 터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느 나라든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만들어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북한의 ‘제 이름 찾기’ 과정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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