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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올림픽 이후의 중국 / 정영무

등록 2008-08-18 21:20

정영무  논설위원
정영무 논설위원
아침햇발
베이징 거리는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차분하고 일상적이다. 올림픽은 통제된 구역과 텔레비전에서만 벌어진다. 중국 당국은 온통 안전에 신경을 써 축제로서의 올림픽은 일찌감치 뒷전으로 밀려났다. 베이징 시내로 들어오는 차량은 일일이 검문하고 지하철도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축제 아닌 제전의 목적은 중국을 보여주는 데 있다. 베를린 올림픽과 성격은 다르지만 그때만큼이나 정치적이다.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림픽 투자에 힘을 뺐기 때문에 경기 위축을 겪게 될 것이란 예측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올림픽 밸리 효과에 따른 경착륙 우려에 대해서는 노이로제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며 ‘영향 미미’라고 강조한다. 추세적으로 성장이 둔화할 수 있지만 중국의 경제 규모에 비하면 올림픽의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제 역시 올림픽의 핵심 변수가 아니다.

올림픽 전과 후 비가역적으로 달라질 것은 중국 국민의 자부심과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이다. 중국 지도부는 세계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는 천하의 관념을 올림픽을 빌려 치밀하게 복원하고 있다. 거리는 조용하지만 중국 국민은 중화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으며 특히 젊은 세대는 애국주의로 뜨겁게 호응한다. 중국은 ‘본연의 위대함에 부응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열망을 성화에 담아 불태우고 있다.

베이징의 메시지는 개막식과 메달 경쟁에 있다. 1억달러를 들인 개막식에서 찬란한 문화와 중국의 세기를 각인시키고자 했다. 중국은 메달 순위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소련이 무너진 뒤 미국 일극체제에서 미-중 양극체제, 나아가 중국 중심의 세계를 상징하게 될 것이다. 10억명 넘게 봤다는 중국과 미국의 농구 경기는 앞으로 전개될 국제질서를 예고한다. 중국은 구매력과 무역액 기준으로 각각 세계 2, 3위이며, 현재 4위인 국내총생산도 머잖아 미국 다음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은 국내적으로 빈부격차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지도력을 발휘하고 국제무대에서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데 적극 관여하면서 대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에서 만난 우리 기업인들이나 연구자들은 ‘중국에서 한국이 점점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비중이 줄어드는 측면도 있지만, 중국의 변화에 한국이 둔감한 탓이 크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신시대를 축으로 하는 외교노선을 선언하자 중국은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한-중 관계를 전략적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는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 내 한국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토론을 벌였지만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한다. 올림픽 이후 이런 우려가 한-중 관계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6자 회담, 독도문제부터 이란 핵문제까지 중국의 태도는 중요하다.

중국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굴절된 부분이 있다. 경제적으로 밀접하고 같은 문화권이다 보니 중국을 우리와 동일시해 주관적으로 보거나 서방의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헌법 1조가 각각 민주공화국, 인민민주독재의 사회주의국가일 정도로 체제와 역사, 위상이 다르다. 중국을 ‘전혀 다른 외국’이라 여기고 내재적 맥락에서 객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지 않으면 생소한 일을 겪게 될 것이다.

정영무 논설위원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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