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한 측정값이 바뀔 때 다른 측정값이 함께 변화하는 경향을 상관관계(correlation)라고 한다. 같은 방향으로 바뀌는 경우는 정(positive)의 상관관계, 다른 방향으로 바뀌면 부(negative)의 상관관계가 된다. 아이들 팔과 다리 길이의 성장은 정의 상관관계에 있고, 중년 이후 흰 머리카락 수와 활동력은 부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상관관계는 현상이 그렇다는 것일 뿐 그 이유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나의 나이와 한국 경제 규모는 거의 완벽한 정의 상관관계를 나타내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causality)가 없다. 실제로 세상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상관관계는 인과관계와 무관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상관관계를 근거로 인과관계를 주장하는 거짓 논리가 횡행한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법치 선진국론’이 바로 그렇다. 법질서 발달과 선진화는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선진적 법질서는 철저한 국민 기본권 보장과 공정한 법 운용의 결과이지 지금 정부가 보이는 강압적·자의적 법 적용 확대 시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불교 믿는 나라는 다 가난하니 잘살려면 예수 믿어야 한다는 장아무개 목사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소득 수준과 상관관계가 훨씬 강한 피부 색깔부터 바꿔야 잘살 수 있다. 얼마 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지역별 전교조 소속 교사 비율과 주요 후보 득표율이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들어 전교조 교사 비율이 선거 결과를 가름한 주된 이유인 것처럼 주장한 보도 역시 잘못이다.
누군가가 거짓 논리를 내세울 때는 다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무리한 주장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자신의 왜곡된 믿음을 유지하려는 소극적 목적도 있을 것이다. 물론 무지의 산물일 수도 있다. 두 눈 부릅뜨고 살아야 할 세상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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