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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두더지 / 정호완

등록 2008-09-10 18:22

짐승이름
칠성님은 지하국 매화 부인과 혼인해 살았으나 아이가 없었는데, 칠석날 하늘에 빈 끝에 태기가 있어 마침내 일곱 아이를 낳게 된다. 칠성님은 기쁜 한편, 탄식했다. 짐승들도 새끼가 일곱이면 많거늘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이 말을 들은 부인은 속이 상하여 먹는 것을 끊고 굶어 죽는다.

칠성님은 용녀 부인에게 다시 장가를 들었지만 아이들은 매우 사랑하였다. 이를 시기한 용녀 부인이 일부러 병이 든 것처럼 속이고 아이들에게 산 짐승의 간을 구해 오라고 하였다. 깊은 산으로 가는 칠형제 앞에 갑자기 금빛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나는 너희 생모의 화신이니 내 간 한 점을 갖다주고 잘 살피라고 했다. 말 그대로 계모는 생간을 먹는 체하다가 피만 입술에 바르고 간은 요강에 버렸다. 그러자 하늘에서 날벼락이 치고 계모는 갑자기 눈먼 두더지가 되었다.

옛말로 두더지는 ‘두디쥐’였으나, 근대 들어 ‘두더쥐’가 된다. 두디쥐의 두디는 ‘두디다’로, 땅을 이르는 둗(다-닫-닿)에서 비롯하였고, 뒤지다의 뜻으로 쓰였다. 그러니까 땅을 파고 뒤져 가면서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쥐를 이름이다. 동사 두디다의 어간에 쥐가 붙어 이루어진 짜임새다. ‘두디-두지’에서 두디의 ‘두’가 소리의 거꾸로 닮음을 따라서 뒤지다로 변하여 오늘에 쓰이게 되었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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