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이명박 정부 포퓰리즘의 덫 / 이태수

등록 2008-09-10 19:55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 하나. 22.7 대 20.6

2007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2.7%, 그리고 불과 1년 전의 참여정부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진 경제부처가 자랑스럽게 대비한 미국의 그것은 20.6%(2005년). 따라서 우리나라의 조세율은 인하할 필요가 있단다. 일본의 그것은 더욱 낮아 17.3%(2005년)여서 감세의 주장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그러나 조세 수입이 재정 지출을 충당하지 못할 때 국채발행, 통화발행 등을 통해 메울 수밖에 없어 결국 이들까지 고려한 정부의 재정수입 전체 규모를 통해 보면, 우리나라 22.3%, 미국 25.6%, 일본 24.3%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수치가 존재한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진실인 셈이다. 결국, 미국의 엄청난 쌍둥이 적자의 이면을 보여주는 수치임에도 애써 외면해 버리는 정부 당국자의 속내는?

더군다나 그렇게 미국과 일본의 적은 조세 부담이 우리가 쫓아갈 ‘지고지선’의 고지라면 그네들 나라가 사회보장에 쏟는 지출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각각 15.0, 14.9%, 우리나라는 6.4%. 이 극명한 격차는 왜 메울 목표로 삼지 않는 것인가?

# 둘. 0.23 대 0.4

한국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100원의 감세 효과는 23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비해, 100원의 재정지출 증대에 따른 효과는 40원에 이른단다. 이른바 우리나라 조세 승수와 재정지출 승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진정 경제성장 효과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재정지출 증대라는 방식을 택했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것은? 또한, 부자의 소비 성향이 가난한 이들에 비해 낮아 같은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가난한 이들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주어야 한다는 경제원론 거시경제편 제1장에 나오는 기초 원리를 무시하는 까닭은?

# 셋. 70.0 대 52.8

며칠 전 <한겨레>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70.0%는 이번 정부의 감세안이 중산층이나 국민 전체보다는 재산과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집중된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보유자의 양도세 감면에는 52.8%가, 상속세 등의 세율 인하에는 57.3%가 찬성함으로써 정부의 감세안에는 찬성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5년간 75조원, 2012년 한해 21조원의 조세 수입 감소 효과를 갖는 정책. 결국, 1%의 상층을 대변하는 정부로도 모자라 ‘0.1%의 부자’를 위한 정책이란 비판이 줄을 잇는데도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박수를 보낸다. 국민이 찬성한다는 것이 곧 바람직한 정책의 유일한 척도가 아닐진대, 이를 빌미로 감세정책을 거칠 것 없이 펼치려 한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감세안 강행의 근저에는 대중들의 정서를 교묘히 활용하는 대중추수주의, 즉 포퓰리즘이 도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정서를 이용해 이미 실패한 감세 모델을 강시처럼 무덤에서 부활시키고, 향후 사회복지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정책을 감행해도 이를 제지할 사회적 제어망이 없음에 무력감을 떨치기 어렵다. 당장 국회는 57.7%의 압도적 여당 우위 구도를 보이고 있고, 개혁적 시민·사회·노동단체까지도 감세의 문제점은 지적해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증세를 외칠 만큼 견고한 지지기반과 방향성을 갖추지는 못한 엉거주춤한 자세를 벗지 못한다.

결국, 감세의 결과 오히려 정부의 역할은 더욱 위축되고 동시에 대중들의 삶은 더 큰 양극화의 나락으로 빠지고 나서야 포퓰리즘의 덫에 걸린 것을 실감하게 될 터이지만, 이미 날카로운 쇳날의 상흔은 뼛속까지 남은 뒤의 일이다. 그래서 감히 명백한 진실이라 칭하건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세가 아니다. 그래서 포퓰리즘의 유혹을 벗고 의연하고 진지하게 증세(增稅)의 길을 가리키는 정치인, 그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지도자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