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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책 / 김동환

등록 2008-09-17 19:27

김동환/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제도연구실장
김동환/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제도연구실장
시론
결국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하고 우리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무너져 내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월가만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혹자는 ‘자본주의의 꽃’이라 하는 투자은행(IB)의 파산을 두고 금융자본주의가 종착역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침소봉대하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따지고 보면 작금의 미국발 금융위기는 자산유동화에 따르는 위험의 성격과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다소 비장한 어투로 대변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본래 자산유동화에는 신용위험, 유동성위험, 구조위험과 같은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예컨대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모기지론이 부실화되면 모기지론을 기초로 하여 발행한 유동화증권(MBS)의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져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치고(신용위험), 일시적으로 유동성시장이 위축되어 신용을 경색시키며(유동성위험), 유동화 과정에 참여한 금융기관에 법적 책임을 물어 경제적 손실로 연결시키게 된다(구조위험). 이때 신용위험의 규모는 비교적 손쉽게 파악될 수 있지만,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은 구분하기 어렵고, 구조위험은 실현되기까지 규모를 확정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투자은행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신용위험, 즉 유동화증권에 대한 투자손실에 있지만, 아직까지 구조위험이 실현되지 않아 잠재부실의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왜냐하면 이들은 모기지론의 손실률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손실을 대신 지불하는 조건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계약을 상업은행 등과 체결한 바 있는데, 이 손실은 상업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론을 대차대조표에서 차감하거나 부외처리하여야 비로소 실현되는 성질을 지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위험이 실현되는 과정에서는 상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론의 부실규모가 드러나 자칫 유동성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과유불급’이란 사자성어로 축약할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자산유동화시장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자급자족 경제를 추구하지 않는 한, 우리 역시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약소국의 비애라고 자학할 것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사항에는 유념해야 한다.

첫째, 국내 투자자나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발 금융위기의 요인과 파급 채널을 분석하여 잘못된 루머가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즉, 신용위험이 유동성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거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을 엄밀히 구분하여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을 꾀하며, 구조위험을 보완하거나 경감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준법 감시·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둘째, 국내 경제의 중장기 불안요인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부풀리는 빌미로 작용하지 않도록 안정화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되 불필요한 과잉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예컨대 고물가·저고용의 딜레마를 치유하기 위해 대체에너지원 등을 개발하여 경제의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유발형 첨단산업을 육성하며, 자산가격 거품의 붕괴, 신용경색 및 양극화 확산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되, 경기대책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김동환/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제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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