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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별기고] 3대 계승은 없다 / 와다 하루키

등록 2008-09-22 19:53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특별기고
9월9일 평양의 건국 60년 축제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불참해 충격을 불러일으킨 지 열흘 이상이 흘렀다. 김정일 위원장이 와병 중이라는 점은 이미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됐다.

중병설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후계자 문제를 운운하는 의견도 있다. 치명적인 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낫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에는 김 위원장의 일을 대행할 사람이 필요할 터다. 재기불능 상태라면 후계자를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후계문제는 이미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노동당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김 위원장은 인민군최고사령관과 국방위원회 위원장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후계자로서 널리 알려져 충분한 자격을 보유했다. 그 자격은 부자여서가 아니고, 20년 이상이나 오랫동안 김일성 체제, ‘유격대 국가’의 연출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한 것에 근거했다.

그리고 계승에 즈음해서 김 위원장은 새롭게 조선인민군을 국가사회의 핵심으로 하는 체제, 선군체제, 내 사견으로는 ‘정규군 국가’로의 전환을 실현했다. 경제위기가 한창인 가운데 어려운 계승작업을 해치운 역량도 대단한 것이었다. 부자계승으로는 대만의 장제스(장개석) 이후를 자식인 장징궈(장경국)가 계승한 것도 알려져 있는데 그 경우도 단순히 부자라는 것이 아니라 장징궈라는 사람의 상당한 경험과 역량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의 자식 중 누가 후계자 후보가 되느냐는 듯한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는데 본디 3대 계승은 있을 수 없다. 3대째의 왕자라는 것은 긴장감이 없는 생활을 하고, 또 방자한 가운데 성장해 계승작업을 위한 경험을 쌓을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로 그의 자식 중 어느 한 사람도 요직에 올라 모두가 인정하는 업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아버지의 지위를 계승할 자격이 없다.

김 위원장이 일시적이나마 지도자로서 일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헌법상 국가통치의 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 위원장 겸 인민군최고사령관의 자리에 대행자가 앉게 된다. 국방위원회에서 제1부위원장이 인민군총정치국장 조명록 차수, 부위원장이 전 참모총장 김영춘 차수와 이용무 차수다. 위원 중에는 인민무력부장 김일철 차수가 있다. 지난해 등장한 현 참모총장 김격식 대장,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정각 대장은 아직 국방위원회 위원도 아니다. 그 밖에 문민으로서는 군수산업담당인 당서기 전병호, 인민보안상 최용수 등이 있다. 규정상 김정일 위원장 대행은 제1부위원장인 조명록으로 예정돼 있을 터다. 그는 문자 그대로 넘버2다. 다만 병에 걸려 수술을 여러 차례 했다는 보도가 있다. 그 점에서 건국 60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일 위임에 의한다”며 식사를 읽은 부위원장 김영춘이 주목된다.

그는 지난해 7월 총참모장으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격됐지만 차수가 된 것은 조명록과 같은 시기다. 그와 함께 선군체제 만들기를 함께 뒷받침해 왔다. 1997년 4월9일 김정일의 군 중시 사상에 대해 연설을 하면서 “군대는 즉 인민이고, 국가이며, 당”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최초로 선명하게 설명한 사람이다. 김정일 부재의 열병식 연설에서 조명록과 김일철이 군복의 모습이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김영일 총리가 양복차림이었던 데 비해 그만은 김정일풍의 인민복 차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자리를 대행하는 것은 김영춘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단, 이 대행자는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일 수는 없다. 국방위원회가 당서기국의 협력을 얻어 통치하는 경우 합의의 형식이 중요하다. 대행의 노선으로서는 당분간 김정일 노선의 계승이 원칙이리라.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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