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
유레카
“경주 최부자 집은 9대를 이어오면서 소출의 3할을 손님과 이웃을 위해 썼다고 한다. 요즘 말로 세금이다. 그 정도면 ‘내겠다’고 하겠지만 그 이상이면 빼앗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3%로 낮춘 것을 두고 최근 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실제 최부자 집에서는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는 가훈에 따라 1년 소작 수입의 3분의 1인 쌀 1천 석을 길손을 접대하는 데 썼다고 한다. 최부자 집은 소득에서 3분의 1을 썼고, 강 장관이 언급한 것은 상속재산에 대한 것이니 똑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럴듯하다.
그런데 강 장관은 계산을 하면서 실수를 한 듯하다. 상속세의 법정세율이 33%이면, 상속재산의 3분의 1을 세금으로 내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5억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중소기업 가업 상속일 경우 상속가액의 40%(현행 20%)에 대해 세금을 면제한다. 또 과표 5억원까지는 6%, 5억~15억원까지는 15%, 15억~30억원엔 24%의 세금이 붙는다. 30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서만 33%를 매긴다. 30억원을 상속받은 경우 실제 내는 세금은 4억원 가량으로, 상속액의 13%에 그친다.
강 장관이 이끄는 기획재정부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세율이 3%(농특세 포함 3.6%)로 20년 이상 과세하면 원본이 잠식된다고 밝힌 바 있다. 명목세율은 그렇지만, 실제 내는 세금은 그렇지 않다. 공시가격 10억원짜리의 경우 2007년 보유세가 시가의 0.52%로, 실제로는 200년을 과세해야 원본이 잠식된다. 강 장관은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을 착각했다. 장관의 철학이 아직 변하지 않았다면, 법개정안을 새로 만들어야 할 판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