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시론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만찬에서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나오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이는 아동보호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모차 부대’ 카페 운영진 2명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데, 대통령은 수사 대상 항목을 하나 더 추가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일전에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촛불시위의 유모차 부대를 수사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과잉 충성하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 대통령은 바로 이 ‘과잉 충성’을 하라고 못 박은 것이다.
‘아동보호법’이란 이름의 법률은 없으니, 대통령은 ‘아동복지법’ 위반을 말한 듯하다. 아동법은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아동 학대’를 처벌하고, 이런 일이 발생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은 법원에 친권행사의 제한 또는 친권상실의 선고를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식의 건강이 걱정되어 대통령과 정책당국자에게 아이들의 얼굴을 보아서라도 쇠고기 재협상을 하라고 요구하기 위하여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어머니들은 이제 ‘아동학대범’이 될 처지에 놓였다. 경찰이 한술 더 떠 아이를 집에 놔두고 시위에 참석한 어머니들도 찾아내서 아동유기죄로 수사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는 ‘어심’(御心)을 읽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이 어머니들의 친권제한·박탈을 법원에 청구할지도 모르겠다.
당시 시위 상황을 외면하는 현실인식도 문제거니와, 국가형벌권을 마구잡이로 행사하려는 발상은 황당하기만 하다. 정상적인 법률가라면 유모차 부대 어머니들을 아동학대범으로 기소하거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것, 이들의 친권을 제한·박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아동복지법 위반 운운한 것은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사람들, 앞으로 참석할 사람들을 겁박(劫迫)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시위를 보며 자책했다는 대통령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정부와 여당은 온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는 웅크리면서 반성하는 듯하다가, 촛불시위가 수그러들자 표변하여 국민을 쥐 잡듯이 잡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유모차 부대’는 물론이고, 촛불시위 당시 질서유지를 담당했던 ‘예비군 부대’ 회원도, 촛불시위 관련 여러 인터넷 카페 운영자와 회원도, 심지어 청소년과 고교생도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헌법적 권리인 ‘시민불복종’의 거대한 대열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이제 집시법, 도로교통법, 형법 위반 범죄인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9월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대하여 “불법을 용납해서는 안 되지만 무차별적 단속은 하지 말라”고 지시하였다. 이러한 ‘유연함’은 왜 촛불시위 참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의아하다. 그리고 9월5일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는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불법주식거래 의혹에 대하여 “검찰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보려 한다”면서도 “사위를 믿고 있다”고 발언하였다. 이는 검찰에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외에도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기업범죄 프렌들리’ 정책으로 귀결될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요컨대, 정부와 여당은 쇠방망이를 써야 할 곳에는 솜방망이로 토닥거리고 있고, 방망이를 쓰지 말아야 할 곳에 되레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절대 우위의 국회의석과 소수 ‘강부자’ 핵심 지지층을 믿고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휘두르는 쇠방망이는 언젠가는 자신의 뒤통수를 칠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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