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영/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시론
1980년대 이후 미국 경제는 이중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와 자본수입(수출달러환류·자본도피)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런 메커니즘을 지속시켜주는 것이 바로 달러 발권이익(액면가치와 발행비용의 차액)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중적자·자본수입과 발권이익은 더욱 중요해진다.
먼저 국민소득에 대한 무역적자의 비중은 2001∼03년 4∼5%에서 2006∼07년 6∼7%로 상승한다. 2004년부터 재정적자는 감소한 반면 가계적자가 급증하는데, 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의 급증 때문이다. 2001∼04년의 초저금리, 특히 2003∼04년 1%의 초저금리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주택가격이 80% 상승하는 과정에서 모기지론이 급증한 것이다. 또 2003년부터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론이 확산된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2006년 중반에 5.25%로 상승함에 따라 주택가격은 2007년 말까지 10% 하락한다. 그 결과 2007년 2월에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생하고 8월에는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위기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이에 대응하여 연준은 작년 9월부터 금년 4월까지 기준금리를 2%로 인하하지만, 주택가격은 2008년 8월 말까지 9% 추가 하락한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금융 위기로 발전하고 전세계로 전염된 것은 신용을 증권화하는 금융혁신 때문이다. 즉 모기지담보부증권(MBS)과 부채담보부증권(CDO)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통한 모기지(주택담보증서)의 증권화가 단순한 서브프라임 위기가 아니라 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유인 것이다. 이 점에서 볼 때 특히 부채담보부증권이 문제가 된다. 또 부채담보부증권을 발행하고 인수한 증권회사(투자은행)와 그 자회사인 뮤추얼펀드·헤지펀드가 문제가 된다. 게다가 모기지담보부증권과 부채담보부증권이 수출달러 환류와 자본도피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금융 위기가 세계적으로 전염된 것이다.
지난 9월에 급기야 증권회사의 위기가 폭발한다. 재무부와 연준의 대응책은 본질적으로 은행에 의한 증권회사의 인수·합병이다. 99년 금융서비스 현대화 법에 의해 33년 글래스-스티걸 은행법이 폐지되면서 이미 80년대부터 시작된 은행업과 증권업의 겸업화가 본격화됐다. 이런 맥락에서 대응책이 나온 것이다.
또 재무부와 연준이 9월 중순에 의회에 제출한 08년 긴급경제안정화 법안, 즉 7000억달러(국민소득의 5%) 규모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이 논란 끝에 10월 초에 통과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1%로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달러 발권이익이 소멸하고 이중적자·자본수입 메커니즘이 붕괴하는 달러 위기의 조짐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 2002년 고점(1973년 수준)에서 하락하던 달러의 실질실효가치가 지난 6∼7월에 저점(1979년 수준)에 도달하면서 8월부터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무부와 연준이 은행의 겸업화와 구제금융을 통해, 금융을 억압해 온 뉴딜을 역주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게다가 80∼2000년대가 70년대부터 시작된 이윤율의 하락 추세 속에서 출현한 예외적인 ‘벨 에포크’(좋은 시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경기순환의 주기가 9∼10년(81/82~91~2001)에서 7∼8년(2001~08/09)을 거쳐 4∼5년(2010~14/15)으로 정상화되고 2012/13년부터 이윤율이 급락하면서 증시붕괴·은행위기·달러위기가 동시에 폭발하는 대불황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윤소영/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윤소영/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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