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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금강산 관광 재개로 대화의 물꼬를 / 이봉조

등록 2008-10-12 23:06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시론
금강산 관광 10년, 관광객 200만명 돌파를 앞두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3개월이 되었다. 금강산 관광이 의미를 갖는 것은 ‘꿈에도 그리던 금강산’을 직접 찾아가 본다는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인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 누구나 가고 싶을 때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주민을 만나 대화할 수 있고 분단 현실을 일부나마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또한 금강산은 이산가족 상봉과 우리 민간단체들이 북쪽의 해당 분야 인사들과 상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공동행사를 여는 장소로서의 구실도 해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금강산 관광은 민족공동체 형성을 통해 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통일방안을 구현하는 현장이 되어 왔다. 금강산과 개성을 시발점으로 하여 이를 차츰 확대해 나가면 궁극적으로 민족공동체 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적지 않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의 책임은 분명 북쪽에 있지만 그렇다고 기약 없이 관광을 계속 중단하는 것도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관련 기업과 협력업자 그리고 금강산과 인접한 강원도 지역 주민들이 사실상 가장 고통을 받고 있다. 현대아산의 경우 관광 중단 이후 최근까지 400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금강산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한 북한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인데 우리가 고통을 겪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우리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는데 3개월 전의 사건은 기억 속에 희미해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북쪽에 대해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우리 관광객에 대한 신변안전 보장 후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 이와 동시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은 계속하겠다는 점을 수차 피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나의 방법은 북쪽에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남북 당국간 전면적 대화를 제의’한 바 있고, 최근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기는 했으나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북쪽의 제의로 열린 바 있다. 이제 우리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포함해 남북의 현안 문제를 논의하는 ‘남북 당국간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 북쪽이 호응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이미 군사실무회담도 열린 만큼 우리의 태도가 확고하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다. 고위급 회담이 좋겠지만 현재의 국면을 고려하여 그보다는 부담이 적은 실무급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백 마디 말과 성명을 주고받기보다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협의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실용주의적 문제해결 방식이다.

11일 미국은 힐 차관보가 방북하여 논의한 북핵 검증 합의를 승인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며, 이에 따라 북한은 핵 불능화 작업에 복귀하였다고 발표했다. 쟁점이 돼 왔던 검증 이행 계획에 대해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검증과 폐기로 나갈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었다. 테러지원국 해제와 불능화 단계 마무리 등으로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최소한 금강산 관광 재개 노력을 통해 남북관계의 숨통은 열어두어야 한다. 북쪽도 성의 있는 자세로 우리의 제안과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3개월이 된 지금 이 문제를 좀더 냉철하게 보고 대처해야 한다. 11월이면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10년이 된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려, 더욱 안전한 관광을 다짐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하나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한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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