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사람이름] 무거리 / 최범영

등록 2008-10-13 18:04

사람이름
세종 25년(1443년), 개성부의 ‘묵디’(無叱知)는 사람을 죽였고, 전옥서의 기매는 남의 묘를 파헤쳐 옷을 훔쳤으니 모두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형조에서 임금께 아뢰었다. 無叱知는 ‘뭇디/묵디’를 적으나 ‘묵지’(납을 끓여 만든 덩어리 따위)라는 말이 있으므로 ‘묵디’가 옳은 듯하다. 중종실록에는 ‘묵디금이’란 이름도 보인다.

곡식 따위를 빻아 체에 쳐서 가루를 내고 남은 것도 ‘묵지/무거리’라고도 한다. 담뱃대는 ‘물부리·설대·담배통’ 세 부분으로 나뉜다. 물부리는 고장 따라 ‘대묵지·무추리·물초리’라고도 한다. ‘무거리·무초리’도 사람이름에 보인다. ‘초리/추리’가 든 이름에 ‘너초리/너추리·늦초리·망추리·부초리·수초리·엇초리/엇추리·이초리/이추리’도 있다. ‘부출’(부초리)은 가구 네 귀퉁이에 세운 기둥, 뒷간 바닥에 까는 널빤지다.

사람이름을 살피면 ‘뒷간이’도 모자라 ‘부초리’까지 보인다. 옛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난 곳은 어디든 신성하게 여겼던 것일까? 이름으로 말미암은 ‘무거리’(왕따) 취급과 차별이 없는 사회라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으리라. 이로 보면 전통사회는 무한 경쟁 사회와 썩 달랐던 것 같다. 옛말에서 문틀은 ‘문부출/문얼굴’, 목덜미는 ‘목부출’, ‘묵지/구년묵이’는 여러 해 묵은 것, 어떤 일에 오래 종사한 사람을 이르기도 한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