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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뉴라이트에게라도 기대야 하나 / 김상종

등록 2008-10-13 20:35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대규모 망명이 줄을 잇는다. 누리꾼들이 다음 ‘아고라’에서 한겨레 토론마당 ‘한토마’ 등으로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보는 베스트 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게 아고라 체계를 바꾼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정부의 압력에 다음이 굴복한 결과라고 판단한 누리꾼들은 ‘정부의 압력으로부터 더욱더 독립적이라고 판단한 ‘한토마’로 자유를 찾아 새 둥지를 틀게 되었다’고 망명 이유를 밝히고 있다. 아고라의 고수들에게는 구체적인 필명을 거론하면서 ‘한토마’로 이주할 것을 강력히 권유한다. ‘한토마’가 대식구를 받을 수 있도록 서버 용량을 늘릴 비용을 갹출하자거나 누리꾼들의 소통이 쉽도록 리모델링하자는 제안도 잇따른다.

이러한 적극적이고 필사적인 노력은 자신을 스스로 ‘천민’이라 자조하는 서민들의 생존 전략일 게다. 부동산 거품과 월가의 천재들이 만들어 낸 첨단 돈놀이 수법에서 비롯된 세기적인 금융·경제위기 속에서 ‘천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강부자’를 위한 정책으로 일관하고, 영향력이 막강한 거대 언론들은 이들에게 피해를 더 크게 입힐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이들로서는 자신과 가족들이 생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10년 전 겪었던 외환위기의 고통을 기억하는 국민들로부터 이제 절망감과 함께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현재의 외환시장 혼란은 정부의 정책 실패가 원인이라고 국제사회조차 평가하는 정부의 무능에 대한 절망감, 이러한 정권을 속아서 선택했다는 절망감, 탐욕에 눈이 어두워 총선에서 이 정권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준 사실에 대한 절망감, 문제를 제대로 풀어갈 대안 세력이 없다는 데 대한 절망감들이 일시에 노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분노, 사회적 약자들은 도외시하며 강부자를 위한 일편단심에 대한 분노, 약자 계층이 무너져 내리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이념 논쟁과 공안정국을 부추기는 세력에 대한 분노가 함께 끓어오르고 있다.

누군가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제대로 된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이 정부가 이를 시행하도록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런데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무기력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이를 기대하기는 애당초 어렵다. 시민단체와 전문가 집단의 주장은 이 정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묵살되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현 정권의 두뇌집단이라는 뉴라이트밖에 없다. 물론 이 집단이 위기 극복의 대안을 내놓을 만큼 역량이 있는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특히 이들은 미국이 북한을 20년 만에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새로운 국제 동향 속에서 교육·역사 등 여러 분야에서 철 지난 이념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힘을 쏟아온 터였다. 다만, 이 집단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국회·정부기관 등에서 영향력 있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고, 청와대에서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그들의 힘에라도 기대어 ‘천민’들이 걱정하는 생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며칠 전 미국의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실업률과 범죄발생률의 상관관계를 비교하며 경제위기로 말미암은 범죄의 증가를 우려하는 기사를 실었다. 우리는 이번에 유독 더 추운 겨울을 맞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고, 그 후유증으로 인한 민란 같은 사회적 동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10년 만에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았다는 한나라당과 뉴라이트의 어깨가 무겁다.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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