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
시론
꼭 2년 전 이맘때의 일이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다락같이 오르는 집값에 당황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지금 집 사지 마라”는 글을 발표했다. 집값은 잡지도 못하면서 누굴 놀리는 거냐는 국민들의 분노는 폭발했고, 그는 사표를 내야 했다. 당시 보수언론과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규제 때문에 공급이 안 되어 값이 오른다고 진단하고 각종 규제를 조속히 풀어야 한다는 처방 일색이었다. 이른바 ‘시장, 시장의 외침’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목적이 전혀 다른 규제완화론이 난무하고 있다. 집값이 ‘너무 내리지 않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매제한이다 뭐다 하는 종류들은 이미 다 풀었고, 양도세는 거의 명목상의 세금으로 전락했으며 종합부동산세는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집값 급락을 막아야 한다며 9조원이 넘는 자금을 건설업체에 지원하고, 주택대출 상환을 늦추는 조처까지 내놓았다.
그 2년간 어떤 일이 있었을까? 미국을 출발점으로 해서 전세계의 자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알았지만 우리나라도 너무 많은 주택이 공급되었다.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했고, 수도권의 집값도 하락을 거듭해서 많은 지역에서 2년 전의 가격으로 돌아갔다. 굳이 따지자면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이 맞았던 셈이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도 자산 거품이 꺼지게 두면 안 된다는 목소리 일색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집값이 너무 비싸 더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지만, 정부는 내리는 걸 막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21일 발표한 부동산 경기 부양 대책을 바라보는 심정은 속이 쓰리다. 버스에 올라탄 공갈단을 만난 심정이다. 짓다 만 아파트가 방치되고 건설업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협박을 하는 자해공갈단 말이다. 이들은 그동안 더 많은 돈이 부동산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떼를 쓴 집단이다. 집을 더 지어야 하는데 못 짓게 한다고 화를 낸 집단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해성 협박에도 불구하고 아닌 건 아니다. 무엇보다 집 살 돈을 더 빌려주겠다는 취지의 투기지역 해제는 정말 위험하다. 분당·평촌·용인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마저 해제하겠다고 한다. 당장은 불투명한 시장환경 때문에 효과도 없으면서, 부동산 시장에 그릇된 신호만 보낼 것이다.
대형 건설업체들은 아직 브랜드 이미지를 걱정하며 미분양 주택 처리에 미적거리고 있다. 정말 심각하다면 이미지가 문제인가? 결국 국민세금으로 이들이 못 판 주택을 사들여야 할 거라면 가장 엄격한 조건과 가혹할 정도의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과도하게 높은 분양값 자체를 낮춰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집값 내리는 걸 지나치게 못 견뎌 왔다. 지난 40년 부동산 정책사를 보면 내린 기간은 얼마 안 되지만 그마저 각종 부양책을 펼쳐 왔다. 널뛰기 정책이 문제라고 하면서도 이명박 정부 들어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여기에서 또 확인될 것이다. 버티면 도와주고, 내리면 올려준다고. 꼭 10년 전 외환위기 때도 같은 현상이었다.
국토해양부에는 오랜 불문율이 있다.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규제에서 완화로, 또 완화에서 규제로 바꿀 때는 담당 공무원들의 라인을 교체한다는 것이다.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고, 일종의 정치적 책임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불과 2년 전 시장을 살려 집값을 내려야 한다던 사람들이, 이제는 시장을 살려 집값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정반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미 죄인이 된 건설업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보수언론과 이른바 시장전문가들에게도 염치와 책임이 필요하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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