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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동네예보 / 오철우

등록 2008-11-02 22:09

오철우 기자
오철우 기자
유레카
“새벽부터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지만 홍길동씨는 아침 일찍 등산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관악산 주변이 오전 9시와 낮 12시 사이에 맑을 것이라는 동네예보를 전날 확인했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엔 오후 3~6시에 비가 온다고 하니 오전에 공사를 하면 공사기일을 하루 당길 수 있다.” 기상청이 새로운 예보방식으로 ‘동네예보’를 시작하며 낸 설명자료의 일부다. 전국 3584곳 읍면동의 지역 날씨 정보를 3시간 단위로 제공해, 동네예보에선 전국 구석구석의 세세한 날씨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기상정보가 하루 전 예보를 전하는 신문방송을 통해 주로 전파됐다면, 동네예보는 3시간마다 갱신돼 누리집을 통해 서비스된다. 곧 휴대전화와 피디에이(PDA)로도 볼 수 있다. 편리한 세상이다.

동네예보엔 기대와 우려의 양면이 있다. 예보 단위가 시도에서 읍면동으로 쪼개져, 맞혀야 할 ‘과녁’도 작아졌다. 일부 기상학자들은 지름 1m의 원과 지름 10㎝의 원에다 동전을 던져 넣는 일이 같겠냐며 정확한 예보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반면에 기대치는 높아졌다. 서울 날씨가 아니라 ○○동 날씨를, 또 오전 10시와 오후 3시 날씨를 따로 예측하니 기대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예보가 맞으면 만족은 더 커지지만 틀리면 불만족이 더 커진다. ‘만족도의 양극화’가 우려된다.

하지만 동네예보 홍보엔 ‘편리한 세상’ 얘기만 있다. 지난여름 기상 오보 논란이 계속될 때 “자연의 날씨를 예측하는 건 본래 불확실한 일인데 우리나라에선 예보 기대치가 너무 높다”며 어려움을 털어놓던 태도와는 다르다. 자연과 과학 사이에서 확률 판단으로 골머리를 앓는 현장 예보관의 어려움은 묻어나지 않는다. 정책 마케팅만 있다. 현실에선 홍길동씨한테 예보만 믿지 말고 등산 중에 비 올 가능성에도 대비하라고 말해주는 게 상식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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