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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한반도 정세는 급변하는데 / 김지석

등록 2008-11-13 19:54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아침햇발
북한이 강수를 두고 있다. 우선 6자 회담과 관련해서는 핵 신고 검증에서 시료 채취 거부 뜻을 밝혔다. 한·미·일 강경파를 압박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를 내다보고 추가 협상카드를 확보하려는 의도인 듯하다. 북쪽은 아울러 남북관계 전면차단 경고를 조금씩 행동에 옮기고 있다. 자신이 피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북쪽의 이런 태도에는 특유의 벼랑끝 전술 외에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오바마 당선자가 조지 부시 행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는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라는 생각이다. 이런 판단은 근거가 없지 않다. 오바마의 당선과 함께 사실상 한반도·동북아 정세의 새판짜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전환은 대개 대중국 정책에서 시작한다. 그에 맞춰 대일본 정책이 달라지고, 미·중·일의 바뀐 태도는 한반도에서 구체화한다. 오바마 당선자는 중국을 협력할 수 있는 경쟁국으로 본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부상이 평화적으로 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며, 중국이 평화적이라면 미국은 중국의 지속적인 부상과 번영을 환영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는 나아가 중국이 맹방은 아니지만 우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는 중국을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잠재적 적으로 설정했던 부시 행정부와 판이하다. 부시 행정부는 그 연장선에서 중국을 겨냥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미-일 동맹 강화라는 틀 안에서 빠른 속도로 추진했고, 그 명분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강조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는 활용하려 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등 위험이 너무 커져버린 뒤에야 대북 협상 노선으로 돌아섰다.

이제는 그 역과정이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는 대신 다자주의 틀 안에 끌어들여 관계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국제 현안에 대한 중국의 기여와 책임감이 높아지는 만큼 미-중 관계는 더 긴밀해진다. 미사일방어 체제 등 군사패권 강화 시도는 뒷전으로 밀리고,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다.

이번에도 시험대는 한반도다. 미국이 중국을 적으로 보지 않는 한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오래 끌 이유가 없다. 논의 구조가 복잡한 6자 회담을 넘어서 북-미 고위급 직접협상이 갈수록 더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잠재적 위협을 해소하고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지향하는 틀과 일치한다. 중국은 호응하고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여러 면에서 새 시대를 상징한다.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신진보주의 시대, 탈인종 다문화·다정체성 시대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오바마의 등장은 미국 패권의 하강기에 새 국제적 협조 틀을 짜는 신다자주의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이 될 것이다.

가장 심각하게 변화를 요구받는 건 우리 정부다.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미 동맹의 관성을 이용해 사태 진전 속도를 늦추면서 북쪽의 자멸을 기다리는 것이다. 북한 붕괴론을 염두에 둔 미국 바짓가랑이 잡기다. 다른 하나는 정세 변화에 보폭을 맞추면서 한반도 관련 사안 논의에서 주도권을 높여가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그 전제다. 정부가 정말 남북 상생·공영을 추구한다면 어떤 길을 가야 할지는 자명하다. 지금과 같은 근본주의적 태도를 고수해서는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김지석 논설위원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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