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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기득권 파수꾼’ 헌법재판관 / 김승환

등록 2008-11-14 19:22

김승환/전북대 법대 교수·헌법학
김승환/전북대 법대 교수·헌법학
시론
헌법 전문가뿐만 아니라 헌법에 관심 있는 기자들도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한 결정을 대략 예측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예측은 상당 부분 맞아떨어진다. 예측의 수단은 두 가지다. 하나는 헌법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헌법재판관들의 정치·경제적 지향성 분석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경제적 지향성의 추는 보수와 극우 사이에서 왔다갔다를 반복한다. 정치적으로는 극우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그 사례가 국가보안법 7조 1항의 찬양고무 등 죄에 대한 헌법재판관 전원일치의 합헌 결정이다.(2004년 8월26일) 서울공화국·강남공화국이라는 천박한 별칭을 지니고 있는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국민적 일체감을 형성하는 길은 경제력을 포함하는 국가의 힘을 전국 모든 지역에 골고루 분산시키는 것일 테고,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도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2004년 10월21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가치는 싹도 트기 전에 짓밟혀 버렸다. 우리는, 저 두 가지 결정 모두 극우보수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떠들어대는 노무현 정권 때 내려졌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헌법재판은 ‘무엇이 헌법인가’를 말하는 국가 작용이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관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불편부당하게 헌법조문의 의미내용을 읽어내야 한다. 헌법재판관의 중립성과 불편부당성은 헌법재판의 생명선이다. 이 선을 일탈하면 헌법재판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이 정치인가’를 지껄이게 된다. 헌법재판관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재판의 결과에 무리하게 반영하려다 보니 황당한 논리 전개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을 무효화하고자 동원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관습헌법이고, 수도의 위치를 바꾸는 것은 관습헌법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이댄 것이다. 수도는 서울이다라는 ‘사실’을 수도는 서울이어야 한다라는 ‘규범’으로 치환해 버린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 13일 내려진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생성 배경을 선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종부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말하면서도, 가구(세대)별 합산과세 조항은 위헌이며,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예외없는 종부세 부과조항은 헌법불합치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문제 삼은 위 두 조항, 특히 가구(세대)별 합산과세 조항은 종부세의 심장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심장을 도려내놓고도 그 사람이 계속 살아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이미 존재의미를 상실한 종부세를 두고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는 것은 논리모순을 넘어 논리파괴다.

결정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세대별 합산규정으로 인한 조세부담의 증가라는 불이익은 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조세회피의 방지 등 공익에 비하여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익형량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인구 중 1퍼센트도 안 되는 종부세 부과대상자의 사익이 나머지 국민의 공익(조세정의, 부동산 과다보유 및 투기수요 억제, 부동산 가격안정, 지방재정 균형발전 등)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은 헌법을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소수 기득권 세력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가?

김승환/전북대 법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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