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응휘/녹색소비자연대 이사
시론
인터넷텔레비전(아이피티브이) 서비스의 등장은 전국을 77개 권역으로 분할하여 지역독점의 혜택을 향유해 왔던 케이블 유료채널방송 독점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물론 위성방송도 일찍이 유료채널 서비스시장에 뛰어들긴 했으나 방송프로그램에 대하여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케이블방송사업자(SO)와 제대로 된 경쟁을 하기에는 중과부적이었다. 그러나 아이피티브이 서비스가 등장함에 따라 기존 초고속인터넷서비스 3개 사업자와 지역단위 케이블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까지 최소 4~5개의 유료채널서비스 사업자가 동일한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까지 지역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공동주택의 케이블 설치와 함께 유료채널 서비스를 강매한다든지, 기본묶음채널 중에서 수시로 인기채널을 프리미엄채널로 변경하여 사실상 요금인상 효과를 노렸던 기형적이고 소비자 기만적인 행태를 계속하기 어렵게 됐다.
물론 사업자들이 경쟁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에게 질적으로 낫고 저렴한 서비스를 반드시 제공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지역보도채널 등을 활용한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하고 있고 오랜 기간 서비스를 통해서 안정화된 서비스환경을 구축했으며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아이피티브이 서비스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의무사항으로 부과한 소비자 맞춤형 채널 선택과 같이 상품을 훨씬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가격경쟁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맞춤형 채널이란 기존의 기본묶음형이나 프리미엄묶음형과 같은 묶음 채널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채널만 몇 가지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예컨대 <비비시>와 증권방송 두 채널만 원한다면 그것만 서비스받는 방식)을 말한다.
기술적으로 아이피티브이 서비스가 기존 유료채널 서비스보다 뛰어난 점은 수신 쪽에서 주문하는 채널만을 그때그때 전송함으로써 대역폭을 충분히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인데, 이런 장점은 온라인 영화와 같은 주문형비디오서비스(VOD)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사업자들이 공언했던 것처럼 인터넷기술을 이용하는 까닭에 아이피티브이에서는 기술적으로는 거의 무제한의 콘텐츠를 서비스 목록으로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열린 서비스인 인터넷과 달리 아이피티브이는 폐쇄형 서비스(walled garden)이기에 무제한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상이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예컨대 이 폐쇄망은 특정한 포털의 검색서비스나 특정한 사업자의 메일서비스나 게임서비스만을 허용할 뿐 소비자들이 인터넷에서 보아 온 대부분의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그나마 한정된 브이오디 서비스에 대해서도 사업자간 제대로 된 가격경쟁 없이 인위적인 추가요금이 부과된다.
인터넷 포털들은 광고가 가장 주요한 수익원이었던 까닭에 이용자들을 자신들의 서비스 울타리에 계속 머무를 수 있도록 하려고 이메일이나 검색서비스 외에도 게임이나 동영상서비스, 블로그와 같은 유용한 서비스들을 계속 자기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였다. 반면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주파수 독점 권한을 이용하여 무선인터넷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을 철저히 폐쇄적으로 통제하면서 소비자들이 종량제로 사용시간만큼 이용료를 내도록 하는 방법을 썼다. 아이피티브이 서비스도 바로 이동통신사업자들의 폐쇄형 모델에 따라 유료채널과 브이오디 서비스를 제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 보급과 소비자 후생 증대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전응휘/녹색소비자연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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