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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대통령의 보증 / 정남구

등록 2008-11-25 21:05

정남구 기자
정남구 기자
유레카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는 친구 베사니오로부터 ‘청혼하는 데 필요한 돈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돈이 없던 안토니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제때 갚지 못하면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부위의 살 1파운드를 베어 가게 한다는 조건이었다. 친구를 위해 죽음의 위험까지 감수한 안토니오의 우정은 아름답긴 하다.

오늘날엔 ‘관계를 끊자’고 대놓고 말하기 어려우면, 대신 ‘빚보증을 서달라’고 얘기하면 된다고 한다. 인보증은 법으로도 제약을 가하고 있다. ‘보증’은 이제 금융상품이 됐다. 수수료를 받고 보증을 서주는 회사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최첨단 금융공학으로 무장한 보증사업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보험회사 에이아이지(AIG)를 파산 위험에 빠뜨린 게 바로 이것이었다.

지급을 보증한 채권이 부도날 경우 대신 돈을 주기로 하고 보증회사가 받는 수수료가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이다. 연리 몇 퍼센트(%)로 표시하는데, 부도 위험이 클수록 프리미엄은 커진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에이아이지의 5년 만기 선순위채권 시디에스 프리미엄은 지난 21일 7.39%(739bp)다. 아직도 파산 당시 리먼브러더스의 시디에스 프리미엄 7.06%보다 높다. 지엠(GM)은 154%로 사실상 파산 상태다.

21일 시디에스 프리미엄이 4.92%이던 씨티그룹은 자력으로 살아나기 어렵다고 보고,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그날 우리나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시디에스 프리미엄은 씨티그룹보다 약간 낮은 4.22%였다. 국제 금융시장의 평판으로 보면, 우리 경제는 지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년 뒤면 부자 될 테니 지금 주식을 살 때’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무엇을 걸고 보증하실 겁니까?”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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