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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일자리에 대한 상상과 희망 / 정영무

등록 2008-12-01 20:31

정영무  논설위원
정영무 논설위원
아침햇발
주식회사 남이섬은 새해 제2의 비상을 계획하고 있다. ‘밀리언 차이나.’ 앞으로 5년간 100만명의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남이섬에 발을 디딘 중국 관광객은 달랑 1만5천명에 지나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목표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불가능에 ‘불’자를 과감히 떼거나 비켜서 가고 역발상에 역발동을 거듭해온 남이섬의 유전자로 볼 때 가능성을 의심하기 어렵다.

주식회사 남이섬은 ‘나미나라공화국 독립선언’을 하고 여권을 따로 만드는 등의 동화적 상상력과 콘텐츠로 놀라운 변신을 거듭해왔다. 2001년 방문객 27만명으로 을씨년스럽던 곳을 지난해엔 160만명이 넘게 찾았다. 매출도 20억원에서 100억원을 넘어섰다. 강우현 사장은 중국의 해외여행객이 연간 3천만명에 이른다며 중국인들에게 맞춘 연수관광을 개발하고 중국 여행사와 음식점 등을 친구로 참여시키면 될 거라고 자신한다. 그는 처음 섬에 왔을 때 손님도 돈도 없었지만 수많은 손님들로 혼잡한 숲길 여기저기서 외국인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상상하고, 이를 실현하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 길이 열렸다고 한다.

요즘 같은 혹한기에 새봄을 꿈꾸는 창발성이 놀랍지만 더욱 귀가 솔깃한 것은 나미나라의 고용정책이다. 나미나라의 정년은 55살이지만 80살까지 고용을 보장한다. 강 사장 자신이 80살까지 일하고 싶어 그대로 적용했다. 56살 이후는 최고 연봉의 80%를 받게 되며, 현재 76살 직원이 있다고 한다. 대신 연봉제에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직급은 팀장과 팀원으로 단순화했다. 강 사장은 “창발성은 진실에서 샘이 솟으며, 그러려면 사람을 중시하고 나눔의 관계를 맺는 게 경영의 기본”이라고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일자리 유지를 중요하게 친다. 예컨대 비포장길을 계속 보수하고 쓸도록 포장하지 않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사람 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 업무 방식과 발상을 바꾸는 것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고용 한파가 예상보다 빨리 몰아닥치고 있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음식, 숙박 종사자들의 취업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내년은 고사하고 당장 연말까지 버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아우성이며 수출 제조업마저 처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1% 성장에 일자리 5만~6만개 증가’라는 공식은 지금 같은 충격 속에서는 적용되기 어렵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 중반 아래로 떨어지면 신규 일자리 창출은 0으로 떨어질 수 있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이미 100만명에 이르렀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수직하강 중이며, 청와대와 언론이 극복될 것이라고 자꾸 얘기하는데 현장을 모르는 말’이라며 민주노총이 노동현장의 실태조사를 토대로 경제위기 대안을 제시했다.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금 축소분과 사회간접자본 투자 증액분을 끌어담아 19조원을 내수 활성화에 돌리자는 것이다. 절반은 사회안전망 확충에 쏟고, 절반은 정규직 전환과 요양·육아·간병·장애인 활동 보조 등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늘리는 데 쓰자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대미문의 위기에는 전대미문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전대미문의 대책에 가장 근접한 해법 같다.

문 닫을 지경까지 갔던 남이섬은 희망을 잃지 않아 살아났다고 한다. 희망은 사람에게 있다. 사람에겐 일자리가 희망이다. 강 사장은 가장 어려웠을 때 사람을 더 뽑았다고 한다. 많은 기업들이 인적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구실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너덜너덜한 성장률 지표를 내리고 강력한 고용 지표를 치켜들어야 한다.

정영무 논설위원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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