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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먹 / 김선철

등록 2008-12-09 18:16

외래어
옛날엔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붓과 먹물을 빼놓을 수 없었다. 먹물은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을 갈아서 만드는데, 먹은 나무를 태울 때 연기에서 생기는 검댕(그을음)을 모아 아교를 녹인 물에 푼 다음 굳혀 만든다.

먹은 중국 유물로 미루어 은나라 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는 지금과 같은 굳힌 먹이 아니라 목탄이나 석묵(石墨)을 물에 녹인 것 또는 주약(朱藥)을 썼고, 당나라에 들어서는 칠묵(漆墨)으로 글씨를 썼다고 전한다.

굳힌 먹의 시초는 소나무 연기 검댕으로 만드는 ‘송연묵’인데 한나라 적 유물이 나오며, 동이의 사신으로부터 황제가 선물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만약 ‘동이’가 배달겨레를 가리킨 것이라면 우리 조상이 동양 서예 문화에 크게 이바지한 셈이다. 요새 말로 하면 당시의 명품이었던 송연묵은 삼국 시대 주요 수출품이었다. 명나라 때 명품 먹 생산국 지위를 빼앗겼고, 지금 먹 만드는 이(묵공)도 거의 없어져서 먹 생산은 서너 곳에서 명맥을 이어간다.

‘먹’은 우리 토박이말이 아니라 차용어로 본다. 곧, 현대 중국어 ‘墨’에 해당하는 예전의 중국말이 유입되었고, 15세기 문헌에 이미 현대 우리말과 같은 ‘먹’으로 등장한다. 한자어 ‘묵’은 당나라 때 소리를 받아들인 결과로 보이며, 그 결과 우리 한자로는 ‘묵’, 어원 의식이 없는 말로서는 ‘먹’으로 존재하고 있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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