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유레카
1950~2000년대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광고물을 훑어보면, 그동안 생물학 실험실의 풍경이 얼마나 빠르게 변해 왔는지 실감할 수 있다. 1950~60년대만 해도 명문가에서 만든 현미경이나, 무게 0.01g과 길이 0.00005㎜ 정도 오차율을 지닌 ‘첨단’ 계측기가 지면을 장식했다. 재료를 걸러주는 체와 여과종이, 뜨겁게 가열하는 오븐 같은 것들도 눈에 띈다. 연구자의 땀과 손놀림이 중요했던 시절이다.
현대 실험기기의 역사에서 큰 변화를 이끈 것은 정밀한 분리·정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컴퓨터와 자동화였다. ‘더 많은 일을 더 빨리’ 처리해 주는 컴퓨터와 자동화로, 공장과 사무실의 풍경이 바뀌었지만 실험실도 크게 달라졌다. 더 빠르고 더 많은 연구 성과를 내야 하는 실험실 경쟁도 치열해졌다. 광고만 보면, 대략 1990년 전후 무렵부터 이런 흐름은 뚜렷해졌다.
최근 한국인 개인의 유전체(게놈) 지도가 작성되고 처음으로 그 염기서열이 분석돼 공개됐다. 발표는 안 했지만 다른 연구팀도 여러 개인 유전체들을 분석 중이라니, 국내에서도 개인 유전체 연구가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체 지도를 작성하는 데엔 얼마나 걸릴까? 2003년 발표된 첫 인간 유전체 지도엔 13년이 걸렸다. 2007년 발표된 미국인 유전체 지도엔 4년, 올해 4월 중국인 유전체 지도엔 4개월이 걸렸다. 이번엔? 연구팀은 “유전체 해독에만 한 달, 분석엔 열흘 걸렸다”고 전한다. 엄청난 단축이다.
비결은 유전체 해독 자동화 기기다. 로보틱스 기술로 이룬 자동화가 수만명 연구자가 손으로 할 일을 단번에 처리하고 생물정보학 기술이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한다. 몇몇 외국산 자동화 제품은 유전체학계에서 뜨거운 화젯거리다. 연구 목적이 아니라 의료와 상업 서비스로, 개인 유전체를 해독해 주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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