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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실패한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 김종철

등록 2008-12-18 20:02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아침햇발
1년 전 그의 승리는 화려했다. 판세가 일찌감치 결정됐을 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큰 표차(530만표)로 이겼다. 인생 성공 신화의 결정판이기도 했다. 청소 수레를 끌던 빈손에서 출발해 대기업 사장, 서울시장을 거쳐 이 나라 최고의 자리인 대통령까지 올랐다. 대선 직후 4개월 만에 치른 총선에서도 압승했다. 정치적 자산과 환경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의 성적은 너무나 초라하다. 20%대에 불과한 지지율은 단적인 예다. 민주화 이후 다른 대통령들도 집권 중반이나 후반에 추락하기는 했지만, 집권 1년차에 이런 경우는 없었다. 지지율이 전부는 아니지만, 국정 운영의 주요 동력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대통령의 말발이 안 먹힌다. 그러면 일하기가 힘들어진다.

문제는 대통령 지지율은 한번 떨어지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취임 초반 50%를 넘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촛불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7월 초 20%대로 떨어진 뒤 5개월 동안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내각제라면 정권을 내놓고 물러나야 할 상황이다. 남은 4년 동안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끔찍하다. 정치인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나라가 거덜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고 분발해야 한다.

다행히 이 정권도 낮은 지지율에 대해 오불관언은 아닌 듯하다. 올리려고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라디오 연설을 도입하고, 새벽 시장을 찾는 등 감성적인 접근에도 퍽 신경 쓴다. 국민에게 목도리를 벗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은 비록 쇼일 망정 나쁘지 않다. 그러나 본질은 아니다. 기본적인 국정 운영방향이 비뚤어져 있는데 겉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집권 초부터 강부자 내각 등 가진자 편을 들기는 했지만, 국정 기조가 본격적으로 바뀐 것은 촛불 이후다. 다수 국민이 아니라 고정 지지세력을 만족시키는 쪽으로 확 기울었다. 촛불에 덴 탓인지 이른바 집토끼 지키기 전략에 온통 매달렸다. 2% 부자를 위해 종부세를 무력화했으며, 뉴라이트 등 수구·보수세력을 위해 역사 교과서 수정 등 이념전쟁을 벌였다. 남북관계 파탄과 공영방송 짓밟기, 국정원법 등 각종 이념 법안 밀어붙이기 등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고위공직자 길들이기까지 벌이고 있다. 보수 기득권층에서는 “이제야 제대로 일한다”는 칭찬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큰 착각이다. 정치 지형상 보수세력을 아무리 끌어모으더라도 결코 40%대를 넘어설 수 없다. 더구나 이념을 앞세워 지지세력을 챙기는 것은 정권에 치명적인 독약이 될 수 있다. 특히 지지세력이 권력과 부를 가진 기득권층일 경우에는 해악이 훨씬 크다. 약자들의 소외감 증대로 사회 분열과 대립이 가속화된다. 실리적으로도 손해다. 대통령이 오른쪽 끝을 택했을 때 소수의 지지자를 뺀 중간층 등 나머지는 모두 등을 돌리게 돼 있다. 더 큰 촛불을 부를 뿐이다.

이 대통령에게 남은 길이 없지는 않다. 진보를 따르라는 얘기가 아니다. 최소한 국민에게 약속했던 초심이라도 지키는 일이다. 지난 대선에 답이 있다. 본선보다 더 결정적이었던 한나라당 경선을 돌이켜 보자. 당시 당심(대의원 등 선거인단 투표)은 이념을 앞세운 박근혜 전 대표를 선호했지만, 민심(일반인 여론조사)은 실용과 선진화를 강조한 이 대통령을 택했다. 국민이 뭘 바라는지는 분명하다. 이 대통령은 지금 자기 길을 두고 남의 길을 좇고 있다.


김종철 논설위원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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