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종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대)
객원논설위원칼럼
이명박 대통령은 4대 강 정비사업을 4대 강을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라며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이 있던 날 개최된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 교수모임’의 긴급토론회에서는 이 사업의 폐기 처분을 촉구하였다. 이 대통령과 극명하게 다른 평가를 내린 전문가들의 토론내용을 들어보니 몇 가지로 정리되었다.
첫째, 이 정권은 역시 꼼수에 능하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던 대운하 계획을 일부 축소하고 포장을 바꾸는 꾀를 내어 밀어붙인다. 이를 위해 비밀리에 운영하던 정부의 운하 추진팀을 해체하였다고 했지만 실상은 장소만 옮겨 청와대의 지시를 받으며 일을 꾸며 왔다고 한다. 걸림돌 제거를 위해 정교한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은 그동안 꾸준히 나돌았다. 눈에 가시 같던 시민단체와 환경운동의 대부 최열씨 탄압, ‘4대 강 정비사업’의 실체는 대운하임을 폭로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 특별감사 및 보복성 징계 논란,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만들기 위한 당근과 채찍, 대통령의 강력 추진 발언 …. 이런 흐름은 나경원 의원의 ‘주어가 없다’에 견줄 만한 ‘역사적인 꼼수’로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에 이은 김이태 박사의 양심선언은 사실 정부를 매우 당혹시켰을 것이다. 정부가 원하는 답을 만들도록 용역을 맡긴 기관 내부에서 나온 폭로는 꼼수를 더욱 정교하게 만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둘째, 이 정권은 두뇌 없는 불도저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 14조1000억원이 넘는 대형 사업을 구체적인 사업계획조차 없이 예산을 통과시키고 착공한다. 내년 상반기에나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여 사업물량과 사업비를 최종 확정한다고 한다. 홍수 예방용 치수사업이라면서 정작 홍수 피해가 많은 지역은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이토록 알맹이 없이 꼼수로 어떻게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것인가? 그 답은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서 가수 신해철씨와 방송인 김제동씨가 해주었다. ‘보복 당한다’, ‘이념 이야기 이젠 좀 지겹다’, 공포정치와 ‘좌빨’ 매도를 통해 이 정권이 노리는 속셈을 국민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노골적인 속내를 김이태 박사에 대한 3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통해 분명히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대운하 사업의 예산이 14조원이라고 주장하여 왔다. 이번 4대 강 정비사업은 대운하 사업보다 내용이 축소되었는데도 예산은 그대로 14조다. 사업내용을 부풀리고자 97.3% 완성한 사업조차 마구잡이로 집어넣었다고 한다. 토론회에서 김정욱 교수는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토목공사 창출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몹시 궁금해했다. 그 답은 진중권 교수가 했다. ‘두뇌 속에 든 게 삽 한 자루밖에 없다.’ 전국토의 공사판화를 갈망하는 토건공화국, 그리고 정부는 45조원 규모의 토목공사 목록을 또 발표하였다.
새해에는 정권 유지의 근간인 재벌기업과 보수언론에 본격적인 선물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을 민영화하여 방송사를, 금산분리 완화로 은행을 선물하는 작업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군사비행장 활주로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은 꼼수와 무리수가 얼마나 많이 등장할까. 이준구 교수는 토론회에서 새해에는 본업인 교육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 교수의 희망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놔두지 않을 것 같아 우울하다.
김상종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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