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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문화부 배포 책자의 반민족성 / 김자동

등록 2008-12-25 21:12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
기고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국가정체성 훼손’이 깊고 넓은 상황이라고 걱정했으며 이렇게 된 데에는 지난 10년의 집권세력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요즘 새삼 일고 있는 ‘국가정체성’ 논란을 보면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독재 치하에서 자주 쓰이던 ‘국시’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두 단어는 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사용되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독재 치하에서 ‘국시 위반’이라는 말이 얼마나 겁나는 표현이었는지는 나이 든 사람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으리라.

‘국시’의 근거가 위정자의 멋대로 재단되듯이 새 대통령도 ‘국가정체성’을 그런 잣대에 따라서 판별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헌법’이라고 한다면 그 법적 근거는 바로 우리의 헌법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법을 어기는 수법으로 국가 전복을 주장하지 않는 한 학술과 언론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0년은 국가정체성이 훼손된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발전한 시기로 봐야 할 것이다. 이 시기를 ‘정체성 훼손’의 시기로 보는 관점이야말로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그 전문에서 우리의 뿌리에 대하여 밝혔다. 1948년에 제정된 헌법의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기미 3·1 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 독립 국가를 재건함(후략)”이라고 명시했다. 그리고 87년의 개정 헌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거듭 확인했다.

헌법의 이러한 전문이 또한 우리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으로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국민의 의견 수렴을 전혀 거치지 않으며 8·15를 ‘건국기념일’로 하여 200억원이 넘는 국비를 이러한 ‘기념’을 위하여 퍼부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를 정당화하려고 <건국 60년 위대한 국민-새로운 꿈>이라는 책을 전국 각급 학교에 배포하였다니 이것이야말로 ‘국가정체성 훼손을 위한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당시의 헌법에서 민주 공화체제를 채택하였으며 현대적인 대의 민주주의에 입각한 복지국가의 건설을 명시한 바 있다. 그런데 문화부가 배포한 책에서는 이것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사실상 모태는 미군정기(1945~48년)였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외국 주둔군의 철권통치의 기간을 민주주의의 모태라고 하니 1945년 이전의 기간을 일본에 의한 산업화 시기로 보는 이들 집필자들의 반민족성을 여실히 나타낸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년간을 “국가정체성 훼손의 시기”로 본다면 그전의 군사독재 기간을 “국가정체성 수호의 시기”로 보아야 마땅할 것이 아닌가?

군사독재 아래서 ‘민족일보 사건’, ‘인혁당 사건’, ‘이수근 간첩사건’, ‘수지김 간첩사건’과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사건’ 등 수많은 사건이 정권에 의하여 조작되었다는 것은 최근 법원에서 자인되었으며 법원마저도 정권의 압력에 굴복했음을 부끄럽게 여긴다고 반성한 바 있다.

지난 10년이 ‘정체성 훼손’의 시기라면 그 지긋지긋한 군사통치 시대로 역사를 되돌리겠다는 말이 아닌가?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헌신한 부모 밑에서 자란 한 사람으로서 나라의 장래가 참으로 걱정이 된다.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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