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론] 메이저리그 야구 총재 선출이 부럽다 / 송재우

등록 2008-12-26 19:28

송재우/엑스포츠 야구해설위원
송재우/엑스포츠 야구해설위원
시론
프로야구 총재는 프로야구라는 한 산업 분야를 발전시키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 수장이다. 구단과 선수의 권익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조직 보강 및 마케팅, 노사 조정, 미디어와의 계약 및 관계를 총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한마디로 명예직이 아닌 실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야구판에 대한 깊은 지식과 이해가 필요한 자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프로야구만이 늘 총재 인선 때마다 낙하산 인사라든지 정계의 줄대기 인사라는 등의 말이 나오며 진통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1920년 판사 출신인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 총재가 초대 총재로 등극하게 된다. 그 이후 현재의 버드 셀리그 총재에 이르기까지 모두 9명의 총재가 메이저리그의 얼굴로 자기 구실을 해 왔다. 판사였던 랜디스 초대 총재, 구단주 출신인 셀리그 총재 외에 7명의 전 총재 출신은 다양하다. 2대 챈들러는 상원의원 출신, 3대 포드 프릭은 스포츠 기자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 출신이었다. 4대 윌리엄 에커트는 공군 장성이었고 5대 보위 쿤은 변호사였다. 6대 피터 유버로스는 기업인 출신, 7대 바트 지아마티는 예일대 총장, 8대 페이 빈센트는 변호사이자 컬럼비아 영화사 사장, 코카콜라 부사장 등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였고, 이들은 모두 구단주 투표를 통해 선출된 인물들이었다.

이런 경우 자칫 총재가 구단주들의 이익만을 대변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 있는데, 이를 견제하는 기관으로는 선수 노조가 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는 총 8차례의 파업이 있었는데 가장 최근의 파업은 1994년의 파업이었다. 사무국과 노조가 데드라인까지 의견 조율에 실패했고 94년 시즌은 조기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232일간의 장기 파업은 팬들의 외면으로 이어졌고 결국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야구산업 위기라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위기에 함께 대처하기로 하고 한발씩 양보해 2012년까지 현재 노사 동의안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를 끌고 가고 있다.

결국 사무국, 구단, 선수 노조 등의 균형성과 메이저리그 전체를 발전시키는 것이 총재의 주된 업무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발전상을 제시할 인물이 필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총재가 등장한 것은 당시 메이저리그가 처한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물색했기 때문이다. 리그 경제 구조가 필요할 때는 그 방면의 전문가를, 강한 규율이 필요할 때는 또 거기에 맞는 사람이 추대됐다. 여기에 어떤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이유가 없다.

총재가 어떤 배경을 가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왜 유독 한국 프로야구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재가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일본의 경우는 오히려 막강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눈치를 보며 총재가 뽑힐 지경이다. 지금 걱정스러운 것은 과거의 낙하산 총재들이 야구계 발전에 끼친 영향이 극히 미미했다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런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 간담회라는 비공식 모임을 통해 구단주들이 신임 총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나 싶다. 신임 총재가 진정 야구를 사랑하고 현재 직면한 문제를 비롯해 긴 안목으로 더욱 야구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지닌 인물이냐가 관건이다. 지금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로는 ‘프로야구’를 발전시킬 인물이 필요하지 만면의 미소를 머금고 야구 팬들에게 답례의 손을 흔들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송재우/엑스포츠 야구해설위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