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의해 보도 기능을 빼앗긴 <기독교 방송>은 1980년 11월25일 11시30분 마지막 뉴스를 눈물로 장식했다. 목이 멘 여자 아나운서가 고별사를 다 읽지 못하자, 스튜디오 밖에 있던 직원들과 취재 중이던 외신기자, 청취자들이 함께 눈시울을 적셨다. 당황한 신군부는 <동양방송>과 <동아방송> 등에 ‘고별방송에 관한 지침’을 내려 종방 내용까지 통제했다.
역사 다큐멘터리 전문채널인 히스토리 채널이 종방을 앞두고 있다. 히스토리 채널은 요즈음 “내부 사정으로 인해 12월31일자로 방송을 종료하오니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공지 사항을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다. 종방 안내치고는 너무 사무적이다.
2002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히스토리 채널은 디스커버리 채널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등과 함께 몇 안 되는 교양 전문채널로 평가받았다.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오락 프로그램만 판치는 마당에 ‘지구 멸망 그 후’, ‘컬러로 보는 2차 세계대전’ 등 이 방송이 내보낸 고품격 역사 다큐물은 신선했다. 고정 팬도 많이 생겼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저녁 시간에는 이 채널을 즐겨 시청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히스토리 채널을 운영하는 중앙방송 쪽은 “다른 채널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종방 이유를 설명한다. 이들은 이 외에도 큐(Q)채널과 제이(J)골프, 카툰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계에서는 종합방송 진출을 위해 ‘돈 안 되는 쪽’을 정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중앙방송은 <중앙일보>가 100% 투자한 회사다. 중앙일보는 종합방송 진출을 꿈꾸고 있다. 돈벌이를 기준으로 ‘소중한’ 채널을 가차없이 버리는 회사가 종합방송을 한들 그 방송이 어떻게 꾸며질지는 뻔하다. 히스토리 채널의 종방을 안타까워하는 팬들의 눈물이 아깝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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