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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렉카 / 김선철

등록 2009-01-06 18:21

외래어
눈이 오면 아이들이나 연인들, 눈밭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눈을 치워야 하는 분들, 미끄러운 길을 싫어하는 분들, 자동차 운전이 꼭 필요한 분들은 눈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자동차 운전자들은 눈으로 사고나 교통 체증이 생겨 시간·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기에 눈 쌓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교통사고로 구덩이에 빠지거나 넘어진 자동차를 끌어내고 또 망가진 차를 정비공장까지 끌고 가는 일을 하는 자동차를 일부에서 ‘렉카’라고 하는 듯하다. 차의 일종이니 ‘카’(car)가 붙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실은 영어 ‘레커’(wrecker)가 변한 말이다.

영어 레커는 ‘부수다’라는 뜻의 ‘wreck’에 행위자를 뜻하는 ‘-er’이 붙은 것이니까 파괴자라는 뜻이 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구난차’라는 뜻으로 쓰인다. 마치 우리말에서 ‘닭장’이나 ‘토끼장’ 따위의 일반적인 ‘장’ 안에는 닭·토끼와 같은 가축을 넣지만, ‘모기장’은 모기가 바깥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일반적인 어휘 구성에 따른 의미가 반대되는 사례에 든다. 이렇듯 언어는 논리를 따르지만은 않는 속성이 있다.

‘렉카’보다는 ‘레커차’가 바른 표현으로 국어사전에 올랐는데, ‘견인차·끌차’라는 말도 많이 쓰인다. 이왕이면 영어보다는 이를 뒤친 말이 더 쉬워 보이고, 뜻만 보면 ‘견인차’보다는 ‘구난차’가 더 합당한 것 같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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