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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국세청, 시스템을 근본 개혁해야 / 권해수

등록 2009-01-15 20:03

권해수  한성대 교수·행정학
권해수 한성대 교수·행정학
시론
역대 국세청장 15명 중에서 7명이 사법처리되었다. 현 국세청장도 ‘그림로비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다. 과반수의 기관장이 사법처리된 국가기관을 국민은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지,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어도 되는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게 한다. 직전 전군표 청장은 재임시절 부하의 인사청탁과 관련해 뇌물수수로 구속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고, 지금 청장은 본인이 직접 인사청탁을 한 의혹의 당사자가 되고 있다. 역대 국세청장들이 사법처리된 주요 내용은 정치자금 불법수수나 뇌물수수다. 한편으로는 정치권과의 깊은 유착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권 청탁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와 뇌물을 주고받았다. 모두 금전과 관련된 문제다. 그만큼 기업에 대해 막강한 위치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세청은 오랫동안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이것은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부패의 고리는 쉽게 없어지기 어렵다. 불합리하고 재량의 여지가 많은 세법은 이를 부추긴다. 또한 일반 국민 처지에서 형벌권은 제한된 국민에게만 적용되지만 조세 징수권은 전체 국민이 대상이기에 그 파급 범위나 효과는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국세청장 인사는 그동안 능력·청렴도·평판보다는 정치권력이라는 외압이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를 둘러싸고 파벌과 청탁문화가 학연·지연 등을 토대로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상명하복식 조직문화, 폐쇄적 조직운영 등으로 원활하지 않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사를 둘러싼 공무원 사이 ‘관-관(官-官) 부패’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내부 문제가 불거지면 자기정제 능력이 없이 외부 힘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이로써 투서사건이 자주 빚어진다.

과거 정치권의 과도한 인사 개입으로 국세청장은 인사 공정성을 위해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아직도 많은 의문이 있다. 그동안 국세청장은 권력기관의 하나로 자리매김이 돼 인사권자의 제 사람 챙기기가 노골적이었던 자리 가운데 하나다. 이처럼 국세청장 인사는 정치권이 하고, 내부 인사는 청장이 하는 시스템에서 부패 가능성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장 인사는 무엇보다도 전문성과 도덕성에 기초해야 한다. 현재 내부 인사의 한계로 외부 인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외부 인사가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근본적인 시스템의 개혁 없이 단순히 외부 인사만 충원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국세청 조직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한다. 인사권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미국과 같이 독립적인 국세청감시위원회(IRS Oversight Board)를 설립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국세청 고위직 후보자 추천, 국세청 고위직에 대한 성과평가 및 보상, 대국민 서비스의 개선 등을 담당하도록 한다. 둘째, 검찰총장·경찰청장과 마찬가지로 국세청장도 2년 단임제를 시행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국세청장 및 7급 이상의 국세청 공무원에게 재산등록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직계 존비속에 대한 고지거부 폐지 및 재산형성 과정의 소명(자산취득 시점, 취득 경위, 자금 출처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퇴직 뒤 취업제한 제도가 실질화돼야 할 것이다.

권해수 한성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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