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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사람이름] 궁작이 / 최범영

등록 2009-01-19 18:16

사람이름
조선 때 20년마다 내수사에 딸린 노비의 명단을 만들어 임금께 올렸는데, 이를 ‘선두안’이라고 한다. ‘말비’가 노비 명단에서 빠졌다고 ‘더구지’가 발고했다. 중종 10년(1515년), 임금께 승지가 말비의 소속 문제를 아뢰었다. 말비의 어미·할미·증조할미는 ‘막장이·봉이·벌개’다. 벌개 동생 ‘궁작이’(宮者叱只)의 딸 ‘보덕’이 장례원에서 한 진술(공초)에 따라 선두안에 적으면서 말비가 빠진 모양이었다.

宮者叱只는 ‘궁작이/궁잣기/궁짜기’로 읽힌다. 이름에 ‘궁적이’(宮赤)도 있음을 볼 때 ‘궁작이’가 맞는 듯하다. 궁작이는 무엇일까? 흙을 이기거나 퍼내는 연장에 가래가 있다. 가래는 삽처럼 생겼는데, 크게 ‘자루·군두·가랫날·가랫줄’로 나뉜다. 군두는 가랫날을 끼우는 납작한 판으로, ‘궁저구’로도 부르는데, ‘궁적이/궁작이’와 잇닿은 듯하다. 군두와 가래 자루를 ‘가랫장부’, 가래질할 때 자루를 잡는 사람을 ‘장부잡이’라고 한다.

‘가래’에는 ‘날가래’(쇠가래)와 ‘나무가래’가 있다. 넉가래(←넙가래·넓가래)는 ‘쇠날’을 대지 않으며 군두가 크고 네모지다. <세종실록>에는 명나라 사신에 ‘맹날가래’(孟捏可來)가 있는데, 이름으로 보아 조선 출신인 듯도 하다. 요즘, 혼자 쓸모없는 일을 할 때 ‘삽질한다’고도 한다. 여럿이 호흡 맞춰 가래질을 해야 할 것을 않아서일까?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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