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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민주당 질서 도래와 오바마 리더십 / 안병진

등록 2009-01-22 19:38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시론
드디어 루스벨트의 민주당 황금기 이후 수십년 만에 다시 민주당 정치질서가 극적으로 도래했다. 1990년대 잠시 거쳐 간 클린턴 시대는, 과거 뉴딜 민주당 시대의 공화당 아이젠하워 대통령처럼, 공화당 보수주의 시대의 민주당 대통령에 불과했다. 보수주의 시대의 자장을 벗어난 지금, 오바마 시대는 미국 자유주의가 자신들의 비전과 담론, 제도를 가지고 미국을 변화시킬 것이다.

새로운 시대로의 대전환을 보여주는 징후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 오바마 경제팀의 대부 루빈 전 재무장관이 보수적 균형 예산과 금융 자유화 교조를 잠시 버리고 마치 루스벨트처럼 아래로부터의 경기부양과 금융 규제, 지구적 가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작은 정부론과 정치 양극화 시대를 주도하고 클린턴 대통령을 ‘문명의 적’이라고까지 했던 공화당의 지도자 뉴트 깅그리치가 대대적 인프라의 구축과 통합의 시대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 현기증 나는 현실 앞에서도 누구보다 차분하고 예리하다. 그는 책임의 시대와 국가의 공통 목적으로의 진전이라는 ‘케네디적 공화주의’를 지금 부활시키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 사회 내의 넓은 합의의 견고한 토대를 구축하는 것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미국과 한국에서 사회운동을 병리적 현상으로만 이해하는 엘리트들과 달리 운동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역동적인 합의’를 추구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 역대 어느 대통령도 누리지 못한 그의 행운은 비용과 에너지가 적게 들면서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온/오프 융합’ 운동이 그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오바마는 루스벨트보다 불운하다. 뉴딜을 성공시킨 리더십은 곧 루스벨트 개인이 아니다. 루스벨트 뉴딜의 최대 성과이며 노동자 권익을 보호한 와그너 법에서 사실 루스벨트는 미온적이었다. 이는 와그너 상원의원 등 진보적 자유주의 리더십의 공통된 노력이 만들어낸 열매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오바마는 통합주의자·실용주의자답게 많은 이슈에서 미온적일 것이다. 운동의 활성화는 있지만 의회와 정당과 시민, 직업단체 등 전반에 진보적 자유주의 리더십이 형성되어야만 그의 실험이 성공할 것이다.

또 하나의 불운은 그가 루스벨트나 케네디와 달리 미국 퇴조기의 관리 리더십이라는 전대미문의 과제를 물려받았다는 사실이다. 그의 담대한 리더십으로도 미국 제국의 황금기는 결코 돌아올 수 없다. 소련의 붕괴를 오래전에 예언했고 그에 이어 미국의 황혼기 관리를 강조하며 오바마를 지원한 브레진스키 같은 탁월한 보수와 달리 그는 아직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는 못하다.

클린턴은 이 퇴조를 미국식 시장주의 통합 전략으로 역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전지구적 역풍을 일으켰고 결국 신경발작적인 부시 행정부를 탄생시켰다. 이후 부시는 극도의 불안감에서 난폭한 겁주기 전략으로 선회하였는데 오히려 퇴조를 가속화시키고 말았다. 오바마는 이 두 모델이 실패한 후 정치·경제적으로 새로운 연착륙의 전망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지나친 낙관주의와 대담한 상상력의 결여로 이후 국내외 경제·정치의 지속적 위기 속에서 그는 부단히 동요할 것이다.

지금 전세계는 오바마 시대의 출범을 찬탄과 부러움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제 감동의 취임식은 끝나고 전세계는 미국 퇴조기의 오바마의 관리 리더십을 성공시키기 위한 지혜를 모아 나갈 때다. 왜냐하면 지구적 상호의존의 시대에서 미국의 연착륙은 우리 모두의 삶과 운명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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