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시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두 진보정당에 대하여 애정을 갖고 있는 한 사람으로 양쪽으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하고 올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위한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2008년 초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심상정)의 혁신안이 당 대회에서 부결되면서 탈당사태가 벌어졌고, 이후 두 당은 선거에서 참패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람 사이에는 철학적·정책적 대립에 더하여 감정적 앙금이 쌓이게 되었다. 민주노동당 사람은 자신을 ‘종북주의자’라고 비판하고 탈당한 진보신당 인사들을 ‘분열주의자’라고 비판한다. 진보신당 사람은 북한 비판을 주저하고 당내 정보를 북한에 보낸 ‘일심회’ 조직원을 감싸고도는 민주노동당내 다수파를 시대착오적 ‘패권주의자’라고 비판한다.
사실 정치인도 운동가도 사람이니만큼,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 팬 인간적 감정의 골을 풀기는 쉽지 않다. 가까운 예로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람 사이에 생긴 감정 대립은 민주당에 의한 노 대통령 탄핵 추진이라는 정치적 자살골로 연결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진보정치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대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달라야 한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비웃음 섞인 명제가 틀렸음을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상대를 ‘××주의자’로 딱지 붙여 상처를 주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현 시기 두 정당이 당장 합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 어떠한 노선과 정책이 옳은지에 대한 논쟁은 진지하고 뜨겁게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눈앞에 다가온 선거에서는 연대해야 한다. 당내 각 정파의 독자적 판단, 각 당 간부들의 이해관계, 지역 당원들의 정서 등이 이 연대를 가로막을 수 있겠지만, 진보정치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를 다 넘어서야 한다. 한 선거구에 두 정당이 모두 후보를 낼 경우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진보정치의 전략지로 꼽히는 울산의 예를 들어보자. 울산시 북구에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던 조승수 전 의원이 진보신당 소속으로 재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탈당을 선도했던 조 전 의원에 대한 적대감이 매우 크고, 조 전 의원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라도 민주노동당은 후보를 내야 한다는 말까지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적 대응은 정치적 자해행위이다. 오히려 양당이 울산 북구 재보궐선거와 울산 시장 선거를 위한 후보를 단일화하는 ‘빅딜’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서로 미워할 이유는 각각 있겠지만, 이 때문에 정치적 연대를 포기·방기해서는 안 된다.
선거연합은 ‘야합’도 ‘뒷거래’도 아니며, 극소수파인 진보정치의 원내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자구책이다. 공동의 선거운동을 꾸리고 부대끼다 보면 상대에 대한 오해나 편견도 차츰 해소되고, 서로의 강점과 덕성도 인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진보대연합’도 못하면서 ‘민주대연합’ 운운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존이구동’(存異求同)은 진보정당 사이의 행동준칙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집권세력이 우리 사회를 약육강식의 ‘정글자본주의’로 만들려고 한다는 점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대중은 꿈을 잃고 절망하고 있는 이때 국회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진보정치의 몫과 역할이 커지는 것은 긴요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양당이 노선상의 차이와 감정적 대립을 넘어 대승적 차원에서 선거연대를 꾸리기를 고대한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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