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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현대차와 MK를 위한 고언 /곽정수

등록 2009-02-05 21:46수정 2009-02-06 00:10

곽정수/대기업 전문기자
곽정수/대기업 전문기자
한겨레프리즘
현대자동차의 지난달 내수와 수출 실적이 1년 전보다 32%, 25%씩 줄었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 1위 도요타도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급감했다. 일본 언론들은 “도요타 쇼크”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도요타와 현대차는 위기 속에서도 미국 ‘빅3’의 빈자리를 차지해 세계시장에서의 위상을 더 높이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도요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3.6% 줄어든 6천억엔이었다. 예상보다 1조엔이 적은 것이니 충격이 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요타 쇼크는 의도된 엄살”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도요타는 엔화강세와 해외판매 부진, 원자재값 상승의 영향으로 1조6600억엔의 이익 감소 요인이 있었지만, 1조엔 정도로 막았다. 오히려 선방했다는 얘기다. 또 실적 악화는 대부분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다. 더욱이 도요타는 세계시장을 주도할 친환경차와 소형차에서 강하다. ‘마른걸레도 다시 짠다’는 철저한 원가절감 정신은 위기 때 더 빛을 낸다. 지금은 어렵지만 세계시장만 회복되면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역량이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어떤가?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쟁의 발생을 결의했다. 근무시간을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는 주간 연속 2교대제를 1월부터 전주공장에서 시범시행한다는 단체협약을 경영진이 깼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현 위기상황에서 파업에 박수를 칠 국민은 많지 않다. 경영진도 잘한 것은 없다. 외려 원인을 제공하고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도약하려면 물량 확대 위주 생산방식을, 유연성을 높이고 원가절감을 극대화하는 선진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유연성과 원가절감의 전제는 종업원의 숙련이다. 숙련이 이뤄져야 생산성과 품질, 유연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 그러자면 꼭 필요한 것이 교육훈련이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에쿠스를 생산하는 울산 2공장에서 일하는 3400여 종업원은 지금 교대로 휴가를 가고 있다. 휴가라도 임금은 100% 지급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교육훈련을 받는 게 낫지 않으냐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한 노조원은 “조업단축 초기인 지난해 말에는 교육훈련을 했지만, 지금은 할 게 마땅치 않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체계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다. 체계적인 숙련공 양성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도요타와 대비된다.

박정인 부회장 퇴진, 김동진·김용문 두 부회장의 계열사 전보, 김익환 부회장 퇴진, 최한영·이현순·정성은 세 부회장의 승진, 최재국·서병기 두 부회장 퇴진. 지난해 9월 이후 단행된 부회장 인사다. 다른 곳 같으면 5년 이상 걸렸을 최고경영자 인사가 불과 다섯달 새 이뤄졌다. 인사 이유를 아는 사람도 없다. 2006년 비자금 사건 이후 잠시 잠잠하던 정몽구 회장의‘럭비공 인사’가 2007년 말 다시 고개를 들더니, 지금은 더 심해졌다. 한 간부는 “사장도 내일 아침 출근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몇 년 앞을 내다보며 위기극복의 청사진을 그릴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더 심각한 것은 정 회장의 독단이 회사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데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정작 ‘고언’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지난 3일 동유럽으로 올해 첫 출장길에 나섰다. 국외시장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의 현장 독려는 큰 자극제다. 하지만 현대차에 더 시급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변화의 청사진’이다. 그리고 노사가 그 청사진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새 기업문화의 구축이다.

곽정수/대기업 전문기자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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