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유레카
갈릴레오의 천체 관측용 망원경 발명 400돌을 기념해 근현대 천문학의 발전상을 되돌아보는, 유엔 지정 ‘2009 세계 천문의 해’ 행사들 중엔 눈길 끄는 ‘성 평등’ 캠페인도 있다. ‘그녀는 천문학자’라는 행사다. 세계 각국에서 진행될 예정인데, 천문학 발전에 여성 천문학자들이 해온 역할을 기리고 여학생들한테 역할모델을 보여주려는 뜻이 담겼다.
많은 여자들이 천문학사에 등장하고 사라졌다. 미국 의회도서관 누리집(www.loc.gov)에 마련된 ‘천문학 속의 여자들’이란 자료에선 수많은 이름들을 볼 수 있다. 18세기 캐럴라인 허셜은 당대를 대표할 만한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의 여동생으로, 음지에서 그의 관측 활동을 도우며 천문학 발전을 일궜다. 몇해 전 서울에서 강연한 조슬린 벨 버넬은 196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박사과정생 시절에 ‘펄서’를 처음 발견한 바로 그 여자다. 이 업적으로 지도교수 앤터니 휴이시가 노벨상을 받았지만 자신은 수상자에 들지 못하는 비운을 겪었다.
이젠 더 많은 여자들이 있다. 국제천문연맹은 관측과 이론, 천문학사 연구 등 분야에서 천문학자 중 4분의 1이 여자라고 밝혔다. 어느 나라엔 한 명도 없지만 어느 나라에선 절반을 차지한다. 이렇게 보면, 영화 <콘택트>에서 조디 포스터의 천문학자 배역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국내에는 여성 천문학자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의 조사를 보면, 국내 천문·우주론 분야의 박사급 여성 천문학자는 25명 정도. 천체분광학, 중력렌즈, 우주론, 은하 연구, 고천문학 등 분야에서 이상각·장경애·강혜성·김성은 교수와 안영숙·노혜림·곽영실 천문연 박사들을 비롯해, 적은 수로 야무진 성과를 내고 있으니 그나마 든든하다. 하늘과 자연을 좋아하는 여성 연구자들이 점점 더 많이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일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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