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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말할 자격 / 최인호

등록 2009-02-12 18:36

언어예절
청렴·결백은 선비들이나 벼슬아치들이 큰 덕목으로 삼던 말이다. 탐욕을 부리자면 그럴 수 있는 권력자들이 그러잖고 살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벼슬을 오래 지키려는 방편이었대도 어디 탐관오리에 비기랴. 그러고 보면, 조선 500년에 청백리 218명은 적은 수가 아니다. 부자 되기를 제일로 치는 요즘, 청렴과 실력을 갖춘 공직 후보자를 찾기 어려운 것은 비극이지만, 한편으론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다. 그저 부정·불법·비리가 좀 덜하면 봐주는 데까지 이르고, 재산 많고 적음은 뒷전이다. 그만큼 청빈이란 낡은 말이 돼 버렸나?

세상살이에 권장할 큰 덕목을 내세우자면 역시 청빈일 성싶다. 덜 벌고 덜 쓰고 덜 먹는 삶, 그런 사회에 걸맞은 물건을 만들자는 운동과 제도 굳히기가 쉬울 리는 없다. 오래 더불어 살 큰길인데도.

그렇다면 누가 있어 깨끗하게 살라고 말하고 가르치겠는가? 스스로 그래야 남에게도 그리하라고 말할 자격이 생긴다. 그래야 듣는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발이 먹힌다. 하지만 모든 이가 떳떳하기는 어렵다. 아쉽지만 옳은 일이 뭔지 정도만 안다면 그것으로도 최소한 말할 자격은 생기는 것으로 봐야겠다. 부모가 자식한테, 교사가 제자한테, 어른이 아이한테, 선배가 후배한테, 벗이 벗한테 깨끗하고 맑게 살라고 얘기할 수 있으면 장차 그 겨레는 밝을 터이다. 누구든 청렴까지는 몰라도 자신을 돌보는 염치만큼은 각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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