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춘 전북대 교수·헌법학
기고
허위사실 유포죄라는 망령이 떠돌고 있다. 주로 인터넷을 이용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를 입은 사람도 있고, 지금은 ‘미네르바’ 박아무개씨와 누리꾼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망령은 없다. 망령을 만들어 사람을 겁주고 혼내주려는 자들만이 있을 뿐이다. 자신들은 망령을 조종하지, 그에 의해 당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허위사실 유포죄라는 망령이 만들어졌다. 허위사실 유포죄라는 게 왜 망령인지 보자.
‘허위의 통신’을 통신의 내용이 허위인 것을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허위인 사실을 통신한다 해서 그 때문에 특별히 취급될 것은 아니다. 거짓말이 나쁘다고 하지만 법적으로는 특별한 경우에만 문제된다. 내용이 거짓이면 그것이 사기죄, 명예훼손죄, 선거범죄 등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때 문제가 될 것이다.
통신에서 특별히 중요한 것은 멀리 떨어진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에서 통신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송수신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명의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기통신에서 특별히 규제할 부분은 바로 이 ‘명의의 허위’에 관한 부분이고, 전기통신기본법의 관련 조항은 이를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내용을 거짓으로 하는 경우는 선박 조난을 거짓으로 타전하는 것(일제하의 무선전신법)과 같이 특별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전화나 인터넷용 컴퓨터는 ‘전기통신설비’도 아니다. 이들은 ‘전기통신망에 접속되는 단말기기 및 그 부속 설비’인 단말장치에 해당한다. 단말장치는 전기통신설비와 구별된다.(전기통신설비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정) 전기통신설비는 기간통신사업자가 관리해야 하고, 자가 전기통신설비는 설치할 때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인터넷을 위한 컴퓨터나 전화기 등은 통신을 위한 단말장치이지, 그런 전기통신설비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통신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없다.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이 전기통신인데, 굳이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라는 구절을 넣은 이유는 전기통신설비 자체에 비중을 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또 전기통신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같은 범죄를 범하면 형량을 두 배까지 가중하는 이유도 이들이 전기통신설비를 관리 운용할 정당한 권한을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라는 것은 단순한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이 아니라, 전기통신설비 자체를 이용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것은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해, 범죄 구성요건으로선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 위헌이다. 목적범이 되려면 더 중요한 공익의 침해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 위험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것이어야 한다.
전기통신기본법의 이 조항은 ‘교환·전송설비 등 전기통신설비 자체를 이용해, 허위인 통신 명의를 내세워, 광범위한 상대방에게 송신하고, 이에 의해 국가안보나 사회질서에 당장 닥치는 명백한 위험을 일으키려는 경우에 관한 것’이라고 할 때 그나마 합헌적 해석이 될 수 있다.
허위인 사실을 인터넷 통신을 이용해 널리 유포했다고 처벌받는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바람처럼 사라질 망령일 뿐이다. 송기춘 전북대 교수·헌법학
허위인 사실을 인터넷 통신을 이용해 널리 유포했다고 처벌받는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바람처럼 사라질 망령일 뿐이다. 송기춘 전북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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