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기고
자본주의 체제가 수십년 새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깊은 경기침체, 세계적인 경제 혼란, 선진경제국 금융 분야의 국가주의 흐름의 조합은 시장과 국가의 균형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자신을 재창조하는 거의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 유연성이야말로 자본주의가 수세기에 걸친 주기적 위기들을 극복하고 칼 마르크스의 비판적 예언으로부터도 살아남은 이유다. 진정한 의문은 자본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세계의 지도자들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한 다음 단계에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에 있다.
자본주의는 사회집단의 경제적 에너지가 구속 없이 분출될 경우 맞수가 없다. 이때 함정은 재산권이나 시장이 그 자체로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들이 기능하기 위해선 다른 사회적 장치들이 필요하다.
재산권은 법적 제도와 강제에 의존하며, 시장은 시장논리의 오·남용을 통제하고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규제 장치들에 의존한다. 자본주의는 그 성과를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상과 이전 메커니즘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그 자체만으로는 창조적이거나, 지속적이거나, 규제적이거나, 안정적이지 않다.
자본주의 역사는 이런 교훈을 배우고 또 배우는 과정이었다. 애덤 스미스가 생각한 이상적인 시장사회는 ‘야경국가’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정부가 할 일은 재산권 강화, 질서 유지, 제한된 범위의 공공재 지출을 위한 약간의 세금 징수가 전부였다.
이런 현상은 각 사회가 더 민주화되고 노동조합과 다른 사회단체들이 자본주의에서 용인되던 문제들에 대항하기 시작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오늘날 산업화된 나라들에서는 국가 수입에서 공공지출의 비율이 급증했다. 19세기 말 평균 10% 미만이던 것이 2차 세계대전 직전에는 20%를 넘어섰다. 2차 대전 이후, 대다수 나라들에서는 공공분야 지출이 평균 40%를 넘어서는 사회복지국가 체제를 수립했다.
이런 혼합경제 모델은 20세기의 빛나는 성과였다. 국가-시장의 새로운 균형은 전례 없는 사회적 응집과 안정, 그리고 경제선진국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번영을 가져다주었다. 이 모델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완전히 폐기된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다.
전후 혼합경제는 국민국가 단위에서 작동했다. 브레턴우즈-가트(GATT; 관세·무역 일반협정) 체제는 자본 흐름의 통제를 포함하는 얄팍한 형태의 국제 경제 통합으로 이어졌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문(농업, 섬유, 서비스 등)은 자유무역에서 제외됐다. 각국이 몇몇 간단한 국제규약만 지키는 한, 자유롭게 고유의 자본주의를 건설할 수 있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우리가 그런 모델에서 얼마나 멀리 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금융 세계화는 옛 규칙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구실을 했다. 개발도상국으로부터, 그리고 미국의 엄청난 주택 거품과 파탄을 낳은 규제 실패에서 비롯한 국제 유동성 과잉을 방지할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었다. 경제적 세계화의 위력이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세기를 맞아, 혼합경제의 국가 단위 모델을 글로벌 시대에 맞게 이행시키는 것을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한다. 이것은 글로벌 단위에서 시장을 지원하는 제도의 더 나은 균형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론 그것이 국민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제도와 기구, 그리고 국제적 통제를 요구할 것이다. 자본주의의 결점을 보완하는 미덕은, 자본주의가 대단히 유연하다는 사실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현재의 경제위기는 우리가 그런 모델에서 얼마나 멀리 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금융 세계화는 옛 규칙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구실을 했다. 개발도상국으로부터, 그리고 미국의 엄청난 주택 거품과 파탄을 낳은 규제 실패에서 비롯한 국제 유동성 과잉을 방지할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었다. 경제적 세계화의 위력이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세기를 맞아, 혼합경제의 국가 단위 모델을 글로벌 시대에 맞게 이행시키는 것을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한다. 이것은 글로벌 단위에서 시장을 지원하는 제도의 더 나은 균형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론 그것이 국민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제도와 기구, 그리고 국제적 통제를 요구할 것이다. 자본주의의 결점을 보완하는 미덕은, 자본주의가 대단히 유연하다는 사실이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경제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