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용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공동대표
기고
한동안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용어가 바로 사이코패스다. 이는 사회적 인격 장애로서, 무서운 범죄를 태연히 저지르면서도 그 행위에 대해 죄책감이나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 독일의 심리학자 슈나이더가 1920년대에 소개한 개념으로 아직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유년기 학대 경험이나 부모와의 원만한 애정관계 형성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성장한 경우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적 조건과 유전적 측면이 서로 작용하면서 만들어진다는 설에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사이코패스가 유전적인 요인으로 나타난다면 이는 의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예방이 쉽지 않지만, 환경적 요인에서 기인하는 부분은 상당 정도 교육적 관점에서 예방이 가능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유독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부모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의 교감이나 관계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병적증상이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부모라면 아이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늘 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아이들이 불필요한 분노나 적개심이 생기지 않도록 해줄 테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보호와 치료의 적절한 시기를 놓쳐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일그러진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졌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이들 누구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들이 그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모두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혹은 가능성을 낮추는 사회적 노력이 가능하다. 이는 가정과 학교에서 담당해야 하는 부분으로 가정, 학교가 개별적으로 또는 학교와 가정이 함께 연계하는 방법이 있다.
학교교육에서는 자아 존중, 명랑함, 효과적인 충동 조절, 분노 조절 그리고 갈등 해결 능력과 같은 성격 발달이 가능한 교육 활동과 타인에 대한 관심, 협력 그리고 배려를 배우고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이는 다름 아닌 공동체 교육과 인성교육이다. 구성원이 더 작은 학급 규모, 교사의 의지와 능력,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이 전제된다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정서적인 영양분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인성 교육은 그리 어렵지 않다. 평가에 구애받지 않는 체육 활동을 통해 스포츠 정신을 배우고, 방과후 활동들을 통해 ‘따로 또 같이’라는 역할 분담이 가능한 공동체 문화 체험, 선후배가 연계하는 멘토링 과제 등 다양하고 흥미 있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들이 얼마든지 마련될 수 있다.
우리 교육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관계 형성과 소통이다. 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간의, 가정에서는 가족 구성원간의 소통 부족 혹은 부재가 심각하다. 특히 가정과 학교간의 소통구조 개선은 교육환경 변화와 교육력 제고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는 교육주체간의 상호 신뢰와 이해도를 높여 갈등 해소에 도움을 주고 마침내 자녀에게도 정서적 안정감을 주어 원만한 성격이 형성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나치게 지식 교육이 강조되고 상위학교 입시에 집착하는 등 무한경쟁 분위기에 함몰되어 이러한 다양한 활동과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희석, 소홀해지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바른 인성과 공동체 의식을 키워주는 학교교육의 강화, 지·덕·체의 균형 잡힌 교육 활동은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고 밝은 청소년으로 성장하도록 해주며 엄청난 사회적 재앙을 유발하는 사이코패스의 예방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신순용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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