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평화를 위한 지혜가 필요한 때다 / 정상모

등록 2009-02-24 19:32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기고
‘화왕산 참사’는 재앙의 예고인지 모른다. “전쟁 접경에로까지 왔다”는 북한 움직임의 의미가 무엇인가. ‘말의 위기’에서 ‘행동의 위기’로 단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이다. 북한이 기존의 남북 합의사항 전면 무효화를 선언한 터에, 남북간 ‘방화선’도 모두 없어진 꼴이다.

한국과 미국은 다음달 초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참가하는 대규모 훈련을 벌인다. 북한은 ‘선제 타격을 위한 핵전쟁 연습’이라며 펄펄 뛰며 반발한다. 한국의 전투태세는 단호하며, 작전권도 현장 지휘관에 대폭 위임했다. 전투가 자칫 상승작용으로 급속하게 확대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한사코 ‘기다리기 전략’이다.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하고, 근본적인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대북 압박정책을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기다리기 전략’ 이외에 달리 뾰쪽한 방법도 없다. 미국의 선처만 바라보며 북한과 으름장 대결만 벌이고 있을 따름이다.

참으로 답답한 것은 현정권이 과거에 이미 실패로 끝난 대북정책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북한 붕괴나 급변사태를 기다리는 일방주의적 대북정책은 김영삼 정부 때의 실패작으로 판가름났다. 선핵폐기론도 부시 행정부 1기의 정책이었으나 정책의 잘못이 드러나 그 기조가 바뀌고 말았다.

실패로 끝날 게 불을 보듯 뻔한데, 왜 현정권은 대결압박 위주의 대북정책에만 골몰하는 것일까. 혹시 과거 군사독재 정권처럼 남북간의 위기를 빌미로 극우세력을 결집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공안통치를 꾀하고 있는 것인가. 적대적 남북 대결로 독재권력을 유지·강화했던 ‘적대적 공생체제’의 부활을 노리는 것인가. 만약 지금 정권이 그런 속내라면,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생존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핵무기가 없더라도 생존이 가능할 때 비로소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 폐기와 북-미 적대관계 해소 및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를 병행하여 추진하자고 한 것이다.

정반대로, 북한을 생존의 위기로 압박할수록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집착할 것이다. 미국이 부시 정권 1기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온갖 제재와 위협을 가하며 몰아붙인 결과가 어찌 되었는가. 북한의 핵실험과 핵 보유 선언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대결 위주의 대북정책을 고집하며, 군사적 우위와 단호한 공격태세를 뽐내고만 있을 계제가 아니다. 그만큼 생존의 위협을 느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조장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북한 붕괴와 급변사태를 노리는 남쪽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행위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내부 결속과 핵무장을 도와줄 뿐이다.

설혹 북한 붕괴나 급변사태를 가정하더라도 그 결과가 한반도 통일은 아니다. 내란과 이로 비롯된 국제 핵전쟁으로 민족 절멸의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 ‘한반도 재앙’을 수습한다는 명분 아래 일본을 포함한 주변 강대국들의 집단 신탁통치 시나리오도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이나 군사적 도발행위도 북한의 생존전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 포기 준비가 돼 있다면 북-미 관계를 정상화할 용의가 있다는 게 오바마 미국 정부의 자세 아닌가. 민족 사이 적대적 대결이 아닌 평화의 기회를 찾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