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프리온은 척추동물의 뇌세포에 있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구조가 변하면서 응집을 일으켜 뇌 안에 가라앉게 된다. 이어 뇌세포가 상처를 입어 기립 불능, 행동 이상, 혼수상태 등의 증상을 나타내다가 죽음에 이른다. 이것이 광우병이다.
프리온 단백질은 쥐에도 있다. 그래서 쥐를 이용해 광우병 실험을 할 수 있다. 우선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를 제거한 쥐를 만든다. 이 쥐는 정상적 프리온 단백질을 만들지 못해 광우병 증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이 쥐는 정상으로 태어나 다른 쥐처럼 살다가 숨진다. 다음에는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를 제거한 쥐에 정상적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를 이식하면서 부분적으로 불완전한 유전자를 섞는다. 이 쥐는 운동기능 장애를 일으켜 쇠약해져 죽는다. 이렇게 단백질 분자의 부분적 결여나 국소적 변형은 분자 전체가 결여된 것보다 더 우위적 부작용(dominant negative)을 일으킨다. 분자 전체가 없으면 보완 시스템이 가동해 대체 조직을 만들지만 결함 있는 분자는 다른 단백질과 결합해 문제를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우위적 부작용은 생명체에 고유한 현상이다. 곧, 생명이라는 이름의 ‘동적 평형’은 매 순간 위태로울 정도로 균형을 맞추면서 시간 축을 일방통행한다. 역주행이 불가능한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동적 평형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생물과 무생물 사이>)
이명박 정부는 전국 초·중·고 일제고사를 통해 줄세우기를 강요하고 학교와 교사는 속임수를 써서라도 수치를 높이려 한다. 교육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생명체에 불완전한 유전자가 주입돼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이다. 깨진 동적 평형은 불가역적인 시간의 화살을 타고 문제를 증폭시킬 것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오늘 학생도 교사도 학교도 즐겁지 않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