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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오부리 / 김선철

등록 2009-03-03 18:40

외래어
대중음악 혹은 고전음악 연주에 종사하거나 거의 전문 수준에 이른 사람들이 쓰는 말 중에 ‘오부리’가 있다. 이는 악보 없이 반주를 즉석에서 하는 일, 곧 ‘즉석 반주’를 뜻한다. 그러나 뜻이 더 번져서 밴드가 나오는 유흥주점 반주나 혼례식 음악 연주를 일컫기도 한다. 노래방이 생기기 전에는 ‘오부리 밴드’가 성행했는데, 이제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한편, 노래 반주이건 아니건 연주 사이사이 악보 없이 생각나는 대로, 느낌대로 하는 즉흥 연주를 뜻하는 말로는 ‘애드리브’(ad lib)가 있다.

‘오부리’의 어원은 흔히 이탈리아말 ‘오블리가토’(obbligato)로 알려졌다. 이것이 일본말에서 ‘오부리’가 되어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엔 미심쩍은 면이 있다. 본디 이 말은 ‘꼭 해야 되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정도의 뜻인데, 음악용어로서는 ‘피아노 또는 관현악 따위의 반주가 있는 독창곡에 독주적 성질을 가진 다른 악기를 곁들이는 연주법’, ‘꼭 연주해야 하는 악기 선율’을 뜻한다. 이런 말이 어떻게 ‘즉석 반주’를 뜻하게 됐는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말을 통해 왔다는 생각은 말 꼬리를 없애면서 ‘ㄹㄹ’을 살리지 못하는 ‘오부리’라는 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말 사전에는 이 말이 없는데, 우연이 아니라면 ‘카브라’처럼 유래가 분명하지 않아 어디서 온 말인지 밝혀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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